‘광양제철고, 7분 만에 5골 허용… 형 봐주기?’


‘챌린지리그’에 출전중인 광양제철고가 9분 사이에 포철공고에 5골을 순식간에 허용한 것을 놓고 승부조작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축 상벌위는 15일 오후 진상조사위를 열어 각종 자료를 검토하는 동시에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진술을 듣는 등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착수했다. 상벌위는 16일 회의를 갖고 심리에 들어간다. 문화관광체육부도 사태 파악에 팔을 걷어붙였고 승부 조작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금호고 총동문회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금호고와 현대고의 경기.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는 금호고의 경기 결과에 따라 팀의 순위도 바뀌고 자칫하면 포철공고가 플레이오프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순위 결정전을 거쳐야 하는 난감한 처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금호고와 현대고의 경기 결과를 감안, 승부 조작을 저질렀다는 것.

금호고가 현대고에 2 : 0으로 승리 하면서 포철공고는 광양제철고에 3골 이상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에 출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포철공고가 후반 9분을 남기고 4골을 몰아넣고 5 : 1로 승리하면서 티켓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금호고 최수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직후 본사에 강력하게 승부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본사는 금호고와 현대고의 경기 현장에 있던 취재원을 통해 사실 확인에 나섰고 갖가지 정황 등을 취재했다.

본사는 승부 조작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했다. 챌린지리그는 각 지역에서 동시에 킥 오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의 경기는 약7분 늦게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직전 모 고교감독은 선수들을 집합시켜 놓고 작전지시를 한다며 늦장을 피웠고, 다른 팀의 선수들도 심판진의 장비 검사에 마냥 미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경기가 공식적으로 늦게 시작된 시간은 7분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과 관계자들은 9분 이상 될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결국 이런 갖가지 정황 등을 감안해보면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금호고 : 현대고와의 경기 결과를 의식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드러난 것이다.

국내 심판들은 보통 경기 시작 10분에서 15분전에 출전선수 명단을 확인하고 선수들의 장비를 점검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으나 문제의 경기는 명단확인과 장비 점검이 마냥 늦춰지면서 타 구장의 결과를 감안하고 대처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던 것이다.

사실 승부 조작 의혹은 챌린지리그에서 불거지긴 했지만 고교를 비롯한 학원 축구계 전반에서 승부 조작과 스코어 조절 행위 등에 대해 자유로운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올 7-8월 등에 집중적으로 열린 전국 대회 등에서 승부 조작으로 의심되는 행위 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특정 그룹에서 벗어나려한다거나  특정 팀과의 경기를 회피하기 위한 져주기와 비켜주기 등은 일선 감독들로서는 전술쯤으로 가볍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축 상벌위가 16일 회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단정 할 수는 없겠으나 모 위원의 독백처럼 ‘심증은 갖고 있으나 물증이 없어 곤혹스럽다’는 입장 정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문제 제기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으나 승부조작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고 관련자들도 극구 부인하고 있어 파문은 축구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정도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선 지도자들이 승부 조작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일탈 행위를 자제하고 도덕성 불감증의 일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과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이번 파문을 계기로 대축에서 시행하는 각 카르텔 리그전의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며, 리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학원 리그에서 부터라도 업 다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승부 조작 등이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축구계 토양 자체를 확 바꿀 필요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세계 축구에 더욱 다가서기위해서도 팀의 양적 팽창보다는 경기의 질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김영근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