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협회가 기나긴 여정과 논란 끝에 차기 회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선거에 관권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특히 교육청 모 교육위원이 학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장이 직접 선거장에 나가라’고 지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노골적으로 권유한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자 인천일보는 ‘협회장 선거 관권 개입 의혹’ 기사에서 ‘모 교육위원이 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바 있다.

인천협회장 선거의 전체 대의원은 총 26명. 이 중 교장 교감 부장 등 고위 관계자 13명이  선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현직 감독 13명이 학교장으로부터 대의원 자격을 위임을 받아 참석했다.

총회에 교장들이 이렇게 대거 참석한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 모 학교에서는 감독들에게 대의원 위임장을 써줬다가 황급하게 회수한 것만 봐도 관권 개입의 정도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모 교장은 총회 도중에 외부로 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얼굴이 상기되기도 했다.

특히 1차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한 후 기호 1번 최승렬 13표. 기호 2번 조건도 13표의 동수가 나오게 되자 상당수 교장들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했고 이 순간을 전후하여 상당수 교장들이 동시에 날아든 문자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목격되어 참관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으며, 모 학교장은 자신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동료 교장에게 슬그머니 보여주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현직 감독들과 교장들은 임시 총회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인천일보가 관권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이전부터 교육청의 특정 관계자로 부터 갖가지 압력과 회유에 시달려온 현직 감독들의 표정에서는 비장감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사실 감독들이 총회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 등도 매우 순탄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감독들은 총회장에 나오기 위해 학교장과 치열한 격론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일부 학교에서는 감독들에게 위임을 했던 교장이 갑자기 돌변하여 위임을 철회하면서 ‘내 입장이 너무 곤란하다’며 통사정을 했다는 말도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임시 총회가 시작된 것은 오전 10시30분이었으나 총회는 초반부터 교장들과 현직 감독들의 치열한 기 싸움으로 인해 회의 진행은 마냥 더디기만 했다.

특히 부평의 모 고교 감독은 감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장들과 열띤 공방을 벌이며 ‘교장들은 임기를 마치면 타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어쩔 수없는 현실 아니냐’면서 ‘감사직은 축구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다.

모 고교 감독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얻었고, 축구협회를 운영하는 주체세력이 누가돼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임시로 총회 사회를 맡은 시 체육회 고위 관계자의 중재로 격론을 마치고 감사를 선출하면서 열띤 토론은 막을 내렸으나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회장 선출로 들어갔다.

양 후보의 정견발표는 10분. 기호 번호 순서로 정견 발표에 들어갔다.

기호 1번 최승렬 후보는 ‘열린 협회를 만들고 축구인을 중심으로 협회를 구성 하겠다’ 면서 ‘초등부 팀에서 실업 팀까지 성장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고, 매년 사재 1억을 협회 운영 기금으로 내 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호 2번 조건도 후보는 ‘현장 중심으로 협회를 운영하겠으며, 대우자동차가 축구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할 것이고, 특히 지역 기업 등과 각 학교의 연대성을 강화하여 지역 기업 등으로 부터 재정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시 체육회는 이례적으로 대의원들이 후보들에게 2가지 질문을 하도록 허용했다.

대의원 2명이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이끌어 내면서 양 후보의 협회 운영에 대한 구상과 성향 등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부수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 체육회에서 나온 임시 의장이 총회를 지나치게 지연시키면서 관권 개입의 시간과 여지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적으로 이 시간을 전후하여 총회장에 입장한 대의원들에게 모 처로 부터 집중적으로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돈 것도 사실이다.

대의원들이 투표에 들어가면서 총회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약8분에 걸친 투표를 마치고 개표에 들어갔다. 개표 초반 최승렬 후보의 달콤한 독주가 시작됐다. 26명의 대의원들이 투표를 했으니 양 후보 중 14표만 얻으면 당선의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 후보는 단숨에 14표를 얻을 것 같았으나 10표를 넘기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조건도 후보의 뜨거운 추격전이 벌어졌다.

최 후보는 11표에서 달리기를 거의 멈춘 상황이고 조 후보는 계속 표수를 늘려나갔다. 조건도 후보 진영은 초반 4표에 주춤거리자 짙은 불안감을 드러냈으나 시간이 점점 흘러 갈 수록 투표지를 싹쓸이하는 상황으로 변하자 안색이 돌아왔다.

대의원의 투표 순서는 실업 팀부터 진행했으며 그 뒤를 이어 대학과 고교 중학교 초등부로 마무리됐다. 실제로 개표함 맨 밑의 투표지가 개봉되면서 투표지의 성향은 조건도 후보에 가까운 성향으로 분류됐고 그런 예상은 그대로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조건도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면서 조건도 후보는 이미 13 : 12로 역전을 해놓은 상태.

이제 마지막 1표가 남았다. 이 표가 당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로 남은 것. 모든 대의원들과 참관자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뜨거운 시선으로 투표지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 투표지는 최승렬 후보를 지지하는 표로 나타났고 개표 결과는 13 : 13의 무승부 상황.

결국 양 후보 중 누구도 과반수 득표를 못했고 13 : 13의 동수로 인해 2차 투표에서 결판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선거를 앞두고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긴 했으나 이렇게 초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임시 의장은 2차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 ‘2차 투표에서도 동수가 나오면 연장자가 당선된다’는 선거 규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최승렬 후보와 조건도 후보는 공교롭게도 동갑내기. 그러나 최승렬 후보의 생일이 약간 빠르기에 2차 투표에서 또 동수가 나오게 되면 최승렬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재투표가 진행됐다.

대의원들의 투표 순서도 똑 같았다. 개표 결과는 최승렬 11표, 조건도 15표로 나타났다. 결국 1차 투표에서 최승렬 후보를 지지했던 2명의 대의원이 2차 투표에서 등을 돌려 조건도 후보를 선택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약6개월의 파행과 논란을 뒤로 하고 마무리 된 것이다.

한편 총회장에는 오인복(전OB부회장) 원로와 김낙형(한양고동문회 총무) 씨 등이 모습을 나타냈으며 최종 순간 까지 남아 총회를 지켜봤다.

조건도씨는 당선 인사말에서 ‘축구인의 명예와 긍지를 지키겠다’며 ‘모든 축구인들이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단결된 협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