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3 - 2 전주대, 연세대 5 PK 3 홍익대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린 추계 대학연맹전(회장 변석화)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대회 중반에 터진 승부 조작설이 잠시 홍역을 치루고 연맹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궜으나 일부 지도자들의 선동과 억지 주장이 낳은 해프닝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의 언행을 둘러싼 후 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학 축구는 평준화의 물결에 휩쓸린 상황이다. 특히 전통의 강호로 볼 수 있는 팀들의 수난 시대가 열린 느낌까지 주고 있다. 대학 축구가 하향평준화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실제로 U리그가 전력의 평준화를 몰고 온 측면이 강하다. 특히 강호들의 전력 누수가 매우 심각하고, 반면 신생 팀들의 전력은 급격하게 상승한 측면이 강하다.

전통의 강호라는 평가를 듣는 팀들의 내부 사정은 녹녹치 않다.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은 엔트리가 소수로 제한되어 있어 U리그를 거치면서 부상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내·외부의 악재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신생 팀들은 상대적으로 엔트리의 제한을 덜 받는 상황이다. 더구나 강팀과 맞붙어 패배한다고 해도 큰 심적 부담이 없다.

결국 동기를 부여받은 선수들은 불타는 투혼으로 강호들과 어깨를 겨루기 마련이고 강호들은 신생 팀의 투혼에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태백시 연맹전 예선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신생 팀을 꼽자면 대구대, 성민대, 남부대, 건동대, 한남대 등이다.

 이들은 예선에서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토너먼트에서 지뢰밭을 통과한 팀은 소수에 머물고 있으나 가능성을 보였다는 주목을 받고 있다.

안동시 건동대(감독 서기태)의 약진은 눈이 부시다. 건동대는 가공 할만한 파괴력으로 인제대와의 경기에서 전반 0 : 2로 리드 당하다가 후반에 6골을 몰아치며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경희대에게 1 : 2로 패배하고 말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광주 남부대(감독 양철원)는 이번 추계연맹전에서 돌풍의 팀. 예선에서 3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막판 뒷심부족으로 분투를 삼켰다.

남부대는 강원 관광대 구장에서 열린 16강 길목에서 동향 호남대를 맞아 전반에만 2골을 몰아넣으며 호남대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남부대는 후반 막판에 내리 2골을 허용하며 추격을 당하다가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2 : 4 로 호남대에 패배하고 말았으나 만만치 않은 전력을 선보였다.

한남대(감독 이상래)의 약진과 투혼도 눈길을 끈다. 한남대의 8강 진출은 거의 6년만이며 한 때 대학 신생 강호로 자리매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넘실대고 있다.

명지대(감독 김경래)는 과거 박지성(맨유)을 배출한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하고 동아리에 불과한 팀으로 변질되었으며 8강에 오른 것 그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대(감독 박순태)도 어느덧 강호로 자리 잡았다. 창단 이후 전국대회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강호로 성장한 것이다.

이번 추계 연맹전 8강에 오른 팀 중 고려대(서동원 감독대행) 연세대(감독 신재흠)가 가장 강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팀 내부를 들여다보면 주전 선수 대부분이 차출 당했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 전력 누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앞날이 그렇게 창창한 편은 아니다.
 
8강 진출 팀 중 관동대(감독 고재욱)와 동국대(감독 김종필)가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동대는 주전들의 고른 전투 능력과 후보들의 백업이 워낙 두터워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대는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눈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드필더진의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다. 동국대 경기가 아기자기 하면서도 재미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면 큰 강점이다.

호남대(감독 서현옥)는 공격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으나 끈질긴 승부 근성이 강점이다. 다만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난제 중 난제다. 호남대가 승부차기 2승으로 움켜쥔 4강 전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큰 관심을 끈다.

한양대(감독 신현호)는 특유의 화려한 공격력만 살아난다면 어떤 상대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팀이다. 수비 불안이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한골 먹어도 두 골 넣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배짱이 절실해 보인다.

추계 연맹전에서 전통의 강호들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신생 팀들의 분전이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신생 팀 들의 가지치기에 힘입어 진출한 측면이 강하다.

특출한 팀이 없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 든 느낌마저 주고 있다. 대학 이름 뒤에 강팀이라는 평가가 뒤 따르면서도 경기력은 형편없는 강팀도 정말 흔해져버렸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일부 심판들의 판정 능력은 수준이하로 드러났다. 신·구 심판을 가리지 않고 오심이 너무 빈번하다는 지적에 가슴이 시리다.

능력이 떨어지는 심판이 너무 많다는 지도자들의 불평을 듣고 제대로 반박 못하는 심판 감독관들이 흔할 정도였으며 관계자가 심판에 역성들지 못 할 정도라면 이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지도자들의 근거 없는 오해와 억측, 편협성도 문제지만 심판진 스스로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경기장에 나서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추계대학연맹전은 동국대-고려대, 한양대-관동대, 연세대-한남대, 호남대-명지대가 4강 진출을 두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태백에서 김영근 기자
사진=곽동영, 박종훈 기자
사진제공=남부대학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