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가! 6월 30일 그리고 7월 10일 단 열흘. 손바닥 뒤집듯 번복. OX 게임인가?
박주호 폭로에 축구팬은 박수 대한축구협회는 고발 협박! 인재(人才)를 제물(祭物)로 만든 진짜 인재(人災) 발생! 선수들이 등 돌린 대표팀 감독 선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축구협회가 나보다 더 경험 많고 뛰어난 감독을 선임하면 내 이름이 거론될 일이 없을 것이다. 울산 팬들은 걱정 안 해도 된다.”
6월 30일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 전 인터뷰 발언이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만 생각한다.”
7월 10일 광주전 패배 후 대표팀 감독 수락 인터뷰 발언이다.
울산 처용전사들의 마음이 무너진 순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고위 인사들의 개입이 없이 공정한 운영을 약속하며 독립기구로써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5개월간 월드컵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클린스만에게 한번 데인 적 있는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내심 기대에 차 있었고, 선수들도 외국인 감독이 와야 한다는 의견을 솔직히 드러냈고, 그렇게 선임 협상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국내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홍명보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대한축구협회 누군가가 홍명보를 반대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기분 상한 홍명보 감독은 6월 30일 안 한다고 했고, 7월 10일 한다고 했다.
6월 30일 홍명보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엉망인 시스템을 비난하며 밝힌 분명한 입장에 울산 팬들은 안심했고, 축구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열흘 뒤 7월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모여든 수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마치 백의종군하는 투사처럼 “나는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는 멋지게 포장한 말로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알렸다.
순식간에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
울산은 말할 것도 없다. 분노에 찬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의 마지막 경기인 광주전에 수많은 걸개를 걸었고, 일반 팬들 역시 분노를 표출했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하던 박주호는 지난 5개월간 활동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이천수 등 후배들과 박문성 축구해설위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혹스러워하고 어이없어하는 것은 축구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안한다고 했으면 안하는게 맞다.’ 조민국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홍명보 감독이 너무 짧은 시간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있는 것이 분명하며 거대 조직인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고 매번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민국 감독은 “정몽규 회장의 잘못이 맞지만, 회장 주변의 협회 인물들의 잘못이 더 크다.”라면서 협회 인사들의 책임을 지적했다.
참모란 모름지기 수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는 단호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 임무인데,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서 회장이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니 대한민국 축구 행정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설동식 회장은 “축구인을 불러놓고 서커스단 광대놀음을 시키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지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설동식 회장은 ‘커다란 암 덩어리를 그냥 두고 조그마한 염증을 도려내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유하며 난장판이 된 축구협회는 부분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며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축구협회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자신은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는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축구팬들의 화를 더욱 돋구었고, 이 말은 대표팀 경기만 대한민국 축구이고 K리그는 축구도 아니냐는 팬들의 반발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말았다면서 대표팀 감독은 무보수 봉사직이 아니라 거액의 연봉을 받는 자리인데 마치 자신이 희생을 감수한다는 식의 자세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문선 교수는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1항에 각 대표팀 감독, 코치,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 구성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는 규정을 거론하며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없었으며, 위원들의 사퇴로 최저 인원 7인이 안 되었고, 서류심사와 지도법 및 훈련계획서평가 35%, 서류심사 35%, 면접 30%로 진행되는 선발기준도 무시되었기 때문에 전면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꿀팁’을 주기도 했다.
고려대 신연호 감독은 “왜 느닷없이 폭풍 속으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수십 년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축구판이 이렇게 난장판이 된 적이 없었다. 한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고쳐 왔는데 어떻게 이런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탄식했다.
전 대한축구협회 전략기술위원이었던 장안대 이규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라는 전문가 집단을 한낱 오너의 결정을 위한 들러리 허수아비로 만든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성토하며 이임생 기술분과위원이 회장에게 보고 없이 혼자 모든 일을 진행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축구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집단이 기술위원회인데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할 거면 기술위원회의 존재 의미가 없고, 또한 전력강화위원회는 왜 만들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규준 감독은 “이 상황이 너무 슬프다. 진짜 슬픈 이유는 모든 화살의 끝이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하고 있는데 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결국 이런 비상식적인 결정의 피해를 보는 것은 죽어라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이규준 감독의 ‘슬프다!’는 말이 현 상황을 지켜보는 모든 축구인들, 그 중에서도 지도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 고등분과위원장 윤종석 감독은 “모든 과정이 투명했어야 하고, 순리대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은 축구협회의 잘못이 맞다. 분명히 사과하고 시정 해야한다.”면서도, 다만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이상 계속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 서두에 울산 팬들과 국민들에게 자신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한 사과를 먼저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또한 대표팀 감독 선임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불미스러운 상황을 야기시킨 장본인인 만큼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처음에는 홍명보 감독의 번복에 대한 불만과 대한축구협회의 비정상적인 감독 선임과정까지 이어지고, 시작한 부정적 여론은 갈수록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으로 2014년 월드컵 당시 일부 선수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선수 기용 문제까지 다시 거론되며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항서 감독이나 신태용 감독 등의 해외 진출 성공을 예로 들며 국내 감독들도 세계적인 지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국내에서 오히려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을 반기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나 신태용 감독은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 지도자가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 그 지도력을 인정받고 해외로 진출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감독 결정 이전에 선수들이 해외 감독 선임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심지어 설마 국내 감독이 하겠냐는 말도 나온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자 가장 난감해한 것은 바로 대표팀 선수들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감독이 그 가치를 모르고 기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홍명보 감독은 이미 2014년 월드컵 당시 ‘해외파라 하더라도 본팀에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겠다.’던 본인의 말과는 달리 박주영, 윤석영, 지동원 등 당시 소속팀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던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해 자신의 말을 어긴 적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인들과 축구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독직에 대해 ‘안하겠다’는 본인의 말을 불과 열흘 만에 뒤집고 마치 자신이 대한민국 축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듯 ‘희생’으로 포장하며 2014년의 흑역사를 지우고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감독 본인의 명예 회복이나 커리어를 쌓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홍명보 감독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은 ‘나는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생각한다.’ 고 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행보를 보면 대한민국 축구가 아닌 자신의 명예와 커리어가 먼저인 것으로 해석된다.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사과의 시기와 방법 내용 모두 틀렸다.
왜냐하면, 사과받는 이들이 아무도 사과를 받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독 선임 발표 후 박지성은 “인재(人才)들을 제물(祭物)로 만들고 말았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참담한 심경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이쯤이면 홍명보 감독 왜 모두가 이토록 분노하며 반대하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울산 감독을 갑자기 그만두어 처용전사들이 크게 반발하며 분노했기 때문에 일이 커졌다고 생각하거나, 단순히 국민들이 국내파 감독을 무시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큰일이다.
자신이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면서 신뢰를 잃었고, 마치 자신이 희생양인 듯 포장했으며,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와 ‘내 안에서 무언가 나오고 있다.’는 청춘 드라마의 대사 같은 말로 멋을 부리고 있다.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훈련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익숙해진 선수들이다. 그래서 해외파 감독을 원했던 것이다.
선수들이 반발하고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과연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또한, 국내 감독은 아니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던 감독에게 지도를 받고 선발 경쟁을 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과연 선수들이 믿고 제대로 뛸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임기를 2027년 아시안게임까지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과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고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홍명보 감독 체제에 대한 불신과 그래도 힘을 실어주자는 긍정론이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구계에 내분(內分)이 발생했고 갈수록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결 방법에 대해 선택지는 많지 않고, 그 내용은 대한민국 축구팬 모두가 알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스스로의 입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포털 뉴스와 유튜브 등에서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과 부당함에 대한 내용이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서 성적이 좋으면 다 잊힐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모두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달리는 지금,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의 시간은 구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지금까지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축구신문 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