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국제대회 부진... 유력후보 급부상
25일 전후로 전격 출마선언 가능성
조중연 부회장의 출마설은 그 뿌리가 깊다. 뿌리만 깊은 것이 아니라 가지도 다양하게 뻗어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공조직과 사조직 등으로 양분할 수 있으며 조직의 칼라도 총천연색이다.
그렇다고 조중연 부회장이 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조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한국축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실력자로서 본인이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카르텔을 조성하고 한편으로는 은밀하게 관리해 온 측면이 강하다.
조중연씨는 축구인들의 뇌리에 좋든 싫든 화인 같은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한국축구현대사에서 그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며, 지난 85년부터 한국 축구의 희로애락의 현장에 존재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
사실 정몽준 회장의 실질적인 대리인으로서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정책이 없었고, 협회의 모든 인사도 그의 의중에 큰 영향을 받았다. 정 회장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파주 트레이닝센터 설립과 월드컵 4강 신화도 결국 조중연씨의 다양한 역할이 없었다면 성공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조중연씨는 협회에 돌부처처럼 버티고 있으면서 요직이라는 직책은 거의 다 거치면서 어느 자리에서 든 ‘협회 수호 대장’으로서의 소신 발언으로 물꼬를 텄고, 토론을 주도하는 달변가이자 튼실한 이론가로 좌중을 압도했다.
조 부회장은 경기인으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례적으로 탁월한 행정 능력과 명확한 소신과 치밀한 논리를 지녔다, 방송 해설자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협회에 입성해서는 그런 능력을 앞세워 협회를 점차적으로 장악하면서 제 2안자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쌓았다.
조중연 부회장은 축구계 전반에 다양한 안티 세력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직책은 적고 축구인은 많은 풍토에서 ‘제 식구만 끝까지 챙겨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몽준 회장 친위세력은 이런 축구계의 여론과 갖가지 소문을 근거로 조중연씨를 내치려고 수차례 시도를 했으며, 그런 친위대와의 전쟁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보따리를 싸들고 협회를 떠나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조중연씨는 자신을 추종하는 조직을 총가동하며 반격에 나섰고, 결국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하면서 협회에서 들고 나왔던 보따리를 다시 풀고 자신의 위상까지도 원상회복시키는 끈질긴 저력을 선보였다.
조중연씨의 성향은 선이 굵고 호불호가 분명하다. 한번 인연을 맺은 친위 인사들에게는 끝까지 돌봐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로는 호불호 의식이 너무 강해 오해와 비판을 자초하지만 그런 보스 기질로 추종 세력을 전축구계에 다양하게 심어놓기도 했다.
사실 축구인 중 조중연씨처럼 오랜 기간 협회의 요직을 두루두루 장악한 인사는 매우 드물다.
이회택 부회장겸 기술위원장이 그 대치 선상에 있긴 하지만 요직의 순도를 분석해보면 타의성으로 맡은 직이 훨씬 더 많고, 비중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조중연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초부터 2선으로 물러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협회를 중심으로 ‘이제 조중연 시대는 끝났다’는 단언을 하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조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의미심장한 대목이 적지 않다.
다시금 되돌아보면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를 후퇴 한다’ 는 전략적 판단으로 2선 후퇴를 결행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조중연 부회장은 잠시 2선으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면서 그동안 협회 내외의 다양한 안티세력 등과의 화해를 청하는 한편,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지녔으면서도 고유권한 행사는 극도로 자제했다. 자신이 의도했던 것처럼 2선 후퇴로 언론과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대표 팀의 성적에 따른 구설수와 협회 인사에 대한 비난 등에서 잠시 비켜날 수 있었다.
특히 박성화. 허정무 감독 등의 선임에 전혀 간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의도적인 행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중연씨의 의도는 적중했다. 심지어 측근들도 그 의중을 눈치 채지 못했다. 심지어 작년 초부터 조중연씨가 별다른 인책사유도 없이 협회의 각종 정책 결정과 인사에서 배제 당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자 측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모 측근은 “이제 와서 판단해보니 조중연 부회장의 냉철한 판단과 깊은 속내를 알 수 있을 같다” 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중연 부회장의 차기 회장 출마설이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정몽준 회장의 낙점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쟁취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선 듯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조중연씨가 결정적으로 차기 회장선거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 하 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박성화 허정무호의 부진에서 찾는 축구인들이 많은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매우 역설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컵 최종 예선 등에서 국가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조중연 부회장은 낙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정몽준 회장의 측근인 모 인사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성적이 좋게 나온다면 정몽규(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카드를 뽑아들 것이고, 만약 성적이 나쁘다면 조중연 이회택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적으로 정 회장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 회장은 정몽규 카드를 끝까지 만지작거려온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올림픽 참패를 기점으로 축구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되면서 할 수없이 경기인 출신이자 실질적 대리인이며 장기간 동안 2인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조중연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축구계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특히 타 분야 인사가 회장 후보로 간택될 경우 축구인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정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도 궁색해지고, 국제 축구계의 위치까지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으로 조중연씨를 선택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유력하다.
특히 회장 사퇴 이후 ‘명예 회장제 보장’과 ‘넥스트 플레이’ 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성립되면서 조중연씨를 후계자로 선택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중연씨가 회장 출마를 권유받고 재정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으로 비쳐지자 “재정 문제는 걱정말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조중연씨의 현재 행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성큼성큼’ 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만큼 거침이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계 전반에 이미 다양한 카르텔이 조성되어 있고 그 카르텔을 디딤돌로 삼아 성큼성큼 발길을 옮기는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중연씨의 최대 우군은 물론 정몽준 회장과 현대 출신 인사들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계 최고의 파워그룹인 ‘골든 트라이 카르텔 (중동고. 고려대. 해병대)의 존재도 막강한 우군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카르텔들은 한국 축구계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원한 권력’ 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 카르텔은 충성심도 강하며, 결속력은 돌덩이 보다 더 탄탄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어 조중연 부회장의 출마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조중연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모 인사는 “조중연씨를 지지하고 따르는 인사들이 이미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차기 선거에서 80% 정도의 득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대의원과 각 연맹, 시도 협회 등에서 고정적인 지지표가 결집해준다면 큰 무리 없이 당선권에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중연씨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차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모범답안으로 일관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측근 인사들은 “대축 75주년 행사를 끝내고 25일을 전후하여 전격적으로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조중연씨는 기나긴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았고, 대표 팀의 베이징올림픽 고전을 기점으로 해 최초의 축구인 출신 회장이 되기 위한 행보를 이미 시작한 셈이다.
-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