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검, 정당한 판정이었나 비디오 틀며 심판 소환 조사
부산의 부경고(전 경남상고) 이차만 감독이 제주 백록기 고교축구대회 16강전에 투입됐던 현역 심판을 검찰에 ‘승부조작 혐의’로 진정하고, 부산 지검은 현역 심판을 소환하여 판정에 하자가 없는지 집중조사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져 전 축구계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협회와 심판계도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특히 협회는 심판의 비리 차원이 아닌 심판의 고유영역과 다름없는 경기 현장의 판정에 대해 협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검찰에 진정을 냈고, 또 검찰이 직접 심판을 소환조사에 나섰다는 대목에서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더구나 올림픽의 참패로 인해 더욱 입지가 궁색해진 사회 분위기에 이 악재가 부싯돌로 활용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기색들이다.
이차만 감독의 진정을 받은 부산지검은 9월 초 박상구 심판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으며 이차만 감독이 승부조작의 혐의로 진정한 김성호 심판을 9월 11일 검찰에 출두하라고 통보한 상황이었지만 협회는 이런 사실을 9월 5일 오후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반면 심판계 모 고위 인사는 이 사건을 이미 8월말 경에 인지하고 부경고 고위 관계자를 설득했던 것으로 드러나 협회의 중요사안 등에 대한, 보고 체계에 상당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일선 심판들도 크게 분노하면서 향후에 미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심판들이 분기탱천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심판OB회(회장 정규풍)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후문이며 협회와 심판 수뇌부의 대처를 주목 하고 있다.
협회는 사태를 파악하느라고 분주했다. 특히 이차만 감독이 검찰에 진정한 내용이 심판의 비리가 아니라는 점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도 매우 황당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대축 모 고위 간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도대체 협회를 어떻게 보고..."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또 다른 대축의 고위 인사도 "부경고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부산시축구협회장이 아니냐"며 "협회 심판부의 소청 절차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먼저 검찰에 진정서를 낸다는 것이 과연 축구판에 몸담고 있다는 인사들이 할 일이냐"고 쏘아붙였다.
일선 지도자들도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모 고교 지도자는 "이제 축구계는 막가파식의 인사들에게 완전 점령 한 것 같다"면서 "심판이 년 간 약 150 경기 이상을 소화하는데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도대체 심판이 검찰에 얼마나 불려 나갈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심판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도 있게 마련인데 어떻게 검찰을 축구판에 끌어 들일 수 있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경고 이차만 감독이 ‘승부 조작의 혐의가 짙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백록기 16강전 부경고 대 동북고의 경기에 제2부심으로 투입됐던 김성호 (대전시 소속 1급 심판)씨.
그러나 부산지검은 김성호 씨를 조사하기 전인 지난 9월4일 박상구(울산시 소속 1급 심판) 씨를 먼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여 약 1시간동안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상구씨를 조사하면서 당시 부경고 : 동북고의 경기를 녹화한 비디오를 틀어 놓고 일문일답을 벌였으며, 특히 집중적으로 조사한 대목은 김성호 심판이 후반 37분 오프사이드로 선언한 상황에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구씨는 비디오를 틀어 놓고 조사를 받으면서 "지금 다시 경기 상황을 봤지만 김성호 부심의 판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요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의 제2부심인 김성호씨는 부산지검으로부터 "9월 11일 오전에 출두해 달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나 김성호씨는 출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부경고 이차만 감독은 6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의 경기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후원회(회장 백현식)의 성화가 너무 빗발쳐 진정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무 일도 없이 잘 처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일선 심판의 검찰 소환사태에 대해 축구원로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6일 오후 마들 경기장에서 열린 N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실업축구연맹의 초청만찬에 참석한 모 원로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반문하면서 "12월에 치러지는 각 시.도 협회장 선거를 통해 함량미달의 회장들을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선 대축심판 위원장은 6일 오후 기자와 만나 "너무 어이가 없다"며 "그렇게 말렸는데... 말을 안 듣다니..."하며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닫았다.
전국 심판상조회 윤석빈 회장은 "곧 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 하겠다" 며 "쥐꼬리 같은 수당을 받으면서도 축구가 좋아 고생하는 심판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데..."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