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5년 만에 챔피언 등극 전북 최강희 감독


경기 내내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다가 우승을 확정짓고 선수, 팬들과 기쁨을 잔뜩 만끽한 최강희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농담을 섞은 특유의 편안한 말투와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최 감독은 인터뷰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겪었던 고충과 이동국과 김상식 등 주축 선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Q. 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 너무 감격스럽다. 우리 선수들이 1년 간 고생한 땀의 대가를 받았다. 정규리그를 1위로 끝내고 3주간 쉬어야 했던 어려움에도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정신력도 좋았지만 홈팬들의 큰 응원을 믿었기 때문이다.

Q. 부임 후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는데?
- 지금 내가 서 있지만 K리그 정상에 오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좌절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하려면 어느 정도 좋은 선수가 모여야 한다. 그 선수들을 모아도 성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전북은 지방에 있는 팀이고, 많은 투자를 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작년에 많은 선수를 영입했다가 실패도 맛봤다. 그 경험이 올해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며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교훈이 됐다.

Q. 우승을 차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준 선수는?
- 이동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기대 이상으로 부활을 해줬다. 우리 팀에는 다른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의 각기 다른 성격을 하나로 뭉치게 한 건 김상식이다. 리더 역할을 잘 해줬다. 두 선수에게 특별히 고맙게 생각한다.

Q. 시즌 MVP 후보로 한명을 제출해야 하는데 누구를 고를 것인가?
- 이동국에 대한 바깥의 편견이 많아 걱정했는데 막상 훈련하는 것을 보니 게으르지도 않고 부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본인의 강한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설 수 없다. 이동국의 부활 과정이나 국내 선수가 20골을 넣고 득점왕에 오른 것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이동국의 부활이 없었으면 우리의 우승은 불가능했다.

Q. 김상식이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늘 어떤 영향을 미쳤나?
-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안 했다. 김상식이 노장으로서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며 팀을 융화시키고 이끌었기 때문에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봤겠지만 미드필드에서 팀을 안정시켰다. 큰 영향을 미쳤다.

Q.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 선수를 영입하면 꼭 식사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한다. 대화를 통해 그 선수가 처한 환경이나 성격을 파악한다. 좋은 점을 보고 영입을 하지만 나쁜 점은 훈련 등을 통해 서로가 노력하거나 혹은 내 방식으로 고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슬럼프나 부상 때문에 부진했던 선수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자신의 기량을 찾는다고 자신한다. 진실이 선수에게 전달되면 선수도 움직인다.

Q. 여러 별명이 있는데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 ‘강희대제’라는 별명을 많이들 불러주시는데 나에게는 과분한 별명이다. 팬들하고 보다 가까워 질 수 있는 ‘봉동리 이장’이 좋은 것 같다. (앞에 있던 우승기념 모자를 쓰면서) 새마을 모자 하나 쓰면 딱맞지 않나.(웃음)

Q.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선수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4강을 목표로 했었는데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나서면서 나도 모르게 오버를 했고 알게 모르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스트레스가 많았을텐데 1년이라는 시간동안 꿋꿋하게 정상권을 지켰다는 것이 고맙다.

Q. 아시아 정복 후 리그 우승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 2006년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뒤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팀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2007년부터 다시 팀을 정비했고 작년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올해 어느 정도 원하는 선수로 보강이 이뤄져서 초반부터 힘이 생겼다.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 후반기에 서울 원정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역전패를 당했을 때도 자신이 있었다.

Q. 내년에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게 되면서 선수 보강이 필요할 텐데?
-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할 입장이 된 리그도 그렇고, 3년 만에 나가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당연히 도전 의지가 생긴다. 생각은 했지만 중요한 시합(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느라 정리하지 못했다. 취약한 포지션이 분명 한 두 자리 있다. 구단과 상의해야 하고, 그 부분이 마무리되면 보강이 될 것이다. 내년 시즌이 일찍 시작하니까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다. 내일부터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겠다.

 Q. ‘2인자’로 꽤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최고 자리에 올랐는데?
- 나는 굉장히 행운아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 코칭스태프가 아주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믿고 따라줬고, 선수들도 어려운 여건에서 나를 믿었다. 내가 복이 많고 행복한 사람 같다. 누구나 정상에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 개인의 노력보다 주변 사람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보내준 성원이 모여서 2009년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해서 K리그가 발전하도록 하겠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