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만 두 번... K리그 새 바람


성남이 전북에 패하며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지 4일 만인 2008년 11월 27일.

 1999년부터 고 차경복 감독을 도와 코치로서 또 차경복 감독의 사후에는 감독으로서 성남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이 2006년 우승 이후 2년간 무관에 그친 책임을 지고 ‘축구에 대한 공부를 더하고 싶다’며 눈물 속에 사퇴를 선언하면서 성남은 충격에 휩싸였다.

 차기 감독 선임에 장고를 거듭하던 성남은 12월 1일 팀의 ‘레전드’인 신태용 감독을 임명했다.

 1992년 데뷔해 13년간의 현역 선수 생활을 모두 성남에서만 보내면서 99골, 68도움이라는 대기록을 남기며 여섯 번이나 팀을 정상에 올렸던 그가 성남의 지휘봉을 맡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만 38세의 젊은 나이와 K리그에서 코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과히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구단이 내건 조건은 1년간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민 신태용 감독이지만 1년 여가 지난 지금 FA컵에 이어 리그에서도 준우승을 거둠과 동시에 3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따내는 등 여느 감독들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신태용호’가 사실 처음부터 순항을 했던 것은 아니다. 최연소 사령탑이자 초보감독의 패기로 맞선 신태용 감독은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를 통해서 팀 개혁에 나섰다.

 1999년 나란히 입단해 중앙 수비를 책임진 김영철(전남)과 김상식(전북), 2005년부터 성남에서 뛰며 오른쪽 윙백을 맡아온 박진섭(부산) 등 노장 수비수들과 미들즈브러에서 복귀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동국(전북)을 비롯, 수년간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오며 2008년 득점왕을 차지한 두두와 모따 등 용병들마저 방출했다.

 성남의 전성기를 굳건히 버텨왔던 포백의 구성원 세 명과 걸출한 공격수들을 모조리 내보내면서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이 ‘6강 진출도 힘들 것이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같은 우려대로 성남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리그 네 경기 만에 간신히 첫 승을 따내는 등의 부진으로 한때 12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경험해야했다. 컵대회에서의 선전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후 3연승을 달리며 6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에 걸쳐 4연패를 당하면서 다시 9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중위권에서 좀처럼 올라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성남은 20라운드를 넘어서면서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6강 티켓 경쟁에 불을 붙였다.

 결국 성남은 정규리그 막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4위로 챔피언십에 오르게 됐고, 이때부터 ‘감독 신태용’이 재조명을 받게 된다.

 11월 22일 성남에서 벌어진 인천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사샤의 퇴장 과정에서 판정에 대한 항의로 퇴장을 당해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린 신태용 감독은 1 : 1로 맞서던 연장 후반 막판 정성룡을 필드플레이어로 내세우고 김용대로 하여금 골문을 지키게 하며 드라마와도 같은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냈다.

 징계로 인해 벤치에 앉을 수 없었던 11월 25일과 28일에는 서울을 꺾고 올라온 전남과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포항을 연달아 격침시키며 이른바 ‘무전기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캡틴’ 김정우의 입대와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 등 주전 4명이 빠진 채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를 거두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신태용 감독은 6일 전주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전북에 패해 올해만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비록 올시즌 타이틀은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초보’ 신태용 감독이 몰고 온 K리그의 새바람은 분명 신선한 것이었다.

 부임 첫 해 팀을 두 번이나 준우승까지 끌어올린 신태용 감독이 내딛을 다음 발걸음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