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는 투자, 감독 지도력 더해져 우승


전북이 창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K리그에도 본격적인 ‘호남시대’가 열렸다.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수원이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최근 11년간 K리그 정상의 자리는 일부 수도권 팀들이 거의 독차지 하다시피 했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이 2000년 첫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그 뒤를 이어 성남이 2001년부터 3연패 한 것을 포함해 무려 네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도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 기간 동안 수도권 3개 팀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의 울산과 2007년의 포항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야구의 경우 전통의 명문 해태타이거즈가 전성기 시절 9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데 이어 그 뒤를 이은 기아타이거즈가 올해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부활’을 알렸지만 축구는 이번 전북의 우승이 호남권에서 처음으로 차지한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기아타이거즈의 모그룹인 기아자동차와 전북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가 한 그룹에 묶여있는 회사라는 점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호남권은 전북과 전남을 포함해, 2003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광주까지 세 팀이었지만 모두 우승은 그저 ‘남의 일’이었고, 전북과 전남이 두 차례 씩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13개 팀이 참가한 2005년에는 각각 뒤에서 세 자리를 나눠갖는 굴욕을 경험했다.

 최근 몇 년간 전력보강에 주력해왔던 전북은 올시즌을 앞두고도 여기저기서 선수들을 불러모으는 등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나서며 전력을 강화했지만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으로는 그저 ‘다크호스’ 정도였다.   

 신태용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긴 성남으로부터 쫓겨나다시피한 김상식과 이동국을 데려온데 이어 대구에서는 용병 에닝요를 비롯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진경선과 하대성을 데려왔다. 시즌 중반에는 포항에서 자리를 잃은 이광재를 영입해오면서 든든한 백업자원도 마련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반드시 우승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는 최강희 감독 특유의 ‘믿음의 지도철학’이 크게 작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포항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지난해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최태욱은 전북에 와서도 한동안 자기 기량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최강희 감독은 성남서 이적한 김상식에게 단 번에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겼고, 김상식은 친형같은 리더쉽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방출된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동국도 전북에 와서 다시 포효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재활 공장장’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11월 1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후 부상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접은 김형범을 위해 그의 유니폼을 몰래 입고 있던 모습에 선수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는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할 당시 최강희 감독은 “그저 선수들 등을 두드려준 것 밖에 없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정작 선수들을 믿고 이해해주며 격려해준 것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선수들은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안기며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