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리그 2년 유예 요구. 29일 문광부 집단 면담 시도


내년에 전면 실시될 예정인 리그제를 앞두고 일선 고교 지도자들과 협회가 기나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힘겨루기 양상이다.

  지난 23일은 일단 협회가 판정승을 거둔 모양세로 마무리 됐지만 사태는 아직도 불씨는 남겨 놓은 것이 사실이며 29일에 지도자들의 문광부로 몰려가 벌일 집단 면담이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전국에서 모여든 일선 고교지도자들은 오후2시를 넘어서며 약40여명으로 늘어났다. 2시 30분에 접어들며 협회 로비에서 토론이 시작됐다. 약20여분 열띤 토론을 벌이던 지도자들은 로비로 내려온다던 김재한 부회장이 나타나지 않자 김재한 실무부회장의 집무실로 몰려 들어갔다.

  면담은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졌다. 처음에는 다소 썰렁하던 분위기였지만 곧 선 후배의 만남으로 변했다. 좁은 공간에 지도자 약30여명이 몰려 들어서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면담은 난상토론으로 일선 지도자들의 질문에 대해 김 부회장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선 지도자들은 대부분 리그제 실시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2년  유예 없는 전면 실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협회가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와 일선 지도자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리그제 정책 입안자와 책임자 문책을 강도 높게 요구하기도 했다.

  모 고교 지도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협회냐”는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으며 “기획실이 일선 지도자 누구로부터 여론 수렴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일부 지도자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격앙된 감정을 분출했다.

  김 부회장이 차분하고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고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감정은 수그러들었으나 ‘지도자들을 무시한 기획실 책임자를 문책해야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며 분위기가 경색되기도 했다.

  토론 중간에 김호곤 전무. 이상호 경기국장. 김진국 기획실장. 송기룡 부장이 입회하면서 분위기는 안정을 찾아갔다. 

  김재한 부회장과 일선 지도자들과의 면담은 2회의 정회를 가지며 숨고르기를 할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으나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고 “후배들의 처지에 대해 선배 입장에서 충분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 한다”는 유감을 표명하면서 날카롭게 대립할 것 같던 면담 분위기는 점차 사라졌다. 지도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김 부회장이 이들을 달래주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다음은 김재한 부회장과 일선 지도자들의 토론 내용. (요약)
 지도자 : 일선 전 지도자들을 무시한 것 아닌가.
 김재한 : 절대 아니다. 4월부터 문광부와 협의해왔고 지도자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반영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지도자 : 뭣 때문에 축구가 가장 먼저 리그제를 시행해야하나. 타 종목은 손도 안댔다. 우리의 바람막이가 되어야 할 협회가 먼저 지도자들을 무시하고 팔을 먼저 걷어붙인 것 아닌가.
 김재한 : 그건 오해다. 축구가 국민의 인기종목이고 선수층도 두텁다. 문광부에서 주말 리그제를 결정하면서 기나긴 협의를 거쳤다. 문광부와 협회가 12번이나 만났다. 지도자들의 충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의 교육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해를 구한다.
 지도자 : 고교 선수에 이르면 전문직으로 접어든 입장으로 봐야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느닷없이 공부를 강요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즉흥적인 발상이 아닌가.
 김재한 : 그 점은 나도 개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대세이고 시대적인 흐름이다.
 지도자 : 언론에 먼저 발표하고 무조건 따라와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2년을 유예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시행하자 
 김재한 : 리그제는 정부가 강력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2년 후에도 마찬가지로 리그를 조금 더 유예하라는 견해가 나올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도자 : 고교선수들은 대학 입학이라는 인생의 결정적인 분수령을 눈앞에 둔 선수들이다. 대학 측과도 전혀 협의가 없었다. 이에 대한 혼선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김재한 : 대학의 체육부장들과 실무자들과 만났다. 그 면담에서도 급작스런 정책 변화에 대한 질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 측 관계자들도 전체적으로 보면 리그 도입이 대세라는 기대 흐름을 인정했다. 다만 급작스런 도입과 변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 점은 매우 유감이다. 대학 측에서 리그를 뛴 선수들의 경기 출전 시간만으로도 선수의 능력을 대략 분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선수를 뽑는 것은 지도자들의 몫이자 능력이다. 리그제 2년 유보는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해보겠지만 정책변화는 정말 어렵다. 

  김 부회장실에서 벌어진 열띤 공방은 2시간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사실 분기탱천하며 협회로 작심하고 우르르 몰려오긴 했지만 지도자들 스스로가 충분하게 토론을 거치지 못했고,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온 탓에 중구난방으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며 자체 분열도 일어났다.

  더구나 상대는 리그제 도입에 대한 논리로 철저하게 무장한 김재한 부회장. 지도자들은 면담 초반부터 논리가 빈약하고 막무가내로 주장을 나열하면서 다소 밀리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보다 못한 모 핵심 고교 지도자가 봇물처럼 터지는 지도자들의 질문을 가로 막고 의견집약을 위해 김재한 부회장에게 잠시 퇴장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구했다.

  김 부회장도 후배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김 부회장이 자리를 뜨는 순간, 김재한 부회장과 지도자들 간의 면담 자리에 입회했던 이상호 국장이 퇴장 하려고 하자 모 지도자가 이 국장에게 보충 설명을 요구했다.

  이 국장은 협회와 경기국의 입장을 간략하지만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국장은 “지도자들이 협회의 고충과 입장을 잘 이해해주는 자세가 절실하며, 경기국은 하루빨리 내년 경기일정을 짜야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결국 모두가 잘해보자는 측면에서 세운 정부와 협회의 정책이다. 축구인을 위한 협회다. 믿고 협조해 줘야 한다”며 지도자들에게 설득을 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퇴장했다.

  이 국장이 퇴장하자 모 지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설득과 설명을 한 이상호 국장처럼 협회 상충부와 기획실 관계자들이 조금이라도 지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이런 불편과 파행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퇴장한 이후 지도자들 간의 열띤 난상토론이 다시 이어졌다. 일선 고교 지도자들은 약20분간 토론을 벌이다가 최종적으로 2가지 요구조건을 도출하는 것에 합의를 이뤄냈다.

  먼저 ‘리그제 2년 유예를 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하고, 리그제 입안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요구 한다’는 것 등 최종 2가지 요구사항으로 집약됐다. 

  지도자들의 공식 요구사항을 최종 정리한 안을 김재한 부회장에게 통보했고 김 부회장은 이안을 간부들과 의논한 후 다시 집무실에 입장했다.

  김 부회장은 지도자들에게 협회의 최종 안을 전하기 위해 들어서면서도 상기된 표정이 완연했고 일선 지도자들도 긴장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김 부회장은 “협회는 리그제에 대한 변화가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으나, 책임자 문책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갔다. 협회의 돌덩이 같은 굳은 의지를 확인한 지도자들 대부분은 난감해 하면서도 아쉬움이 큰 안색들이었다. 

  다시 김재한 부회장이 퇴장한 이후 난상토론에 들어갔다. 열기가 오르던 분위이가 착 앉았고 연속되는 휴회로 김이 빠졌다. 더구나 휴회 막간 이용하여 협회 고위간부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일부 고교 핵심 지도자에 대한  1 : 1 맨투맨 설득이 먹혀 들어가면서 면담은 파장 분위기로 변질되어 버렸다.

  일선 지도자 대부분은 ‘리그제 2년 유예 요구’에 대해 협회가 분명한 불가 방침을 밝히자  실망스런 안색이 완연했다. 아쉬운 표정들이었으나, 협회 정문에 다시 모여 전의를 되살리자는 핵심 지도자들의 제안에 다시 정문 밖으로 모여들었다.

 둥그렇게 원을 그린 대열로 선 지도자들은 모 핵심 지도자가 ‘다시 모여 문광부를 항의방문하자’ 는 안건을 내놨고 기립 박수로 이 안을 채택하면서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협회 항의 방문은 끝났다.

 지도자들은 5시 23분경, ‘오는 29일 오후 1시 협회 앞에 재집결하여 문광부를 항의  방문하여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공동의견을 전달하자’는 결정을 내리고 총총히 흩어졌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