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벌어 왕창 쓴 유소년연맹 적립금은…


각 연맹이 ‘08년 결산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했다. 결산 보고서를 본사가 입수하여 정밀 분석해본 결과, 각 연맹의 살림살이는 대체적으로 운영에 여유가 있고 풍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연맹은 알뜰하게 살림을 하면서 적립금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각 연맹의 적립금이 늘어나면서 "과연 적립금을 뭣 때문에 적립해야 하느냐"는 당연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렇게 알뜰하게 모아 놓았다가 혹시 한 입에 털어놓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지도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각 연맹 소속 지도자들의 반응은 적립금 축적에 긍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각 연맹은 기금을 정기신탁을 하거나 정기 예금 등으로 불려나가고 있었다. 일부 연맹은 ‘펀드’에 투자하면서 세계 금융 위기가 도래하는 바람에 혹시 깡통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가져봤으나, 펀드가 워낙 소액이었고 보장성 상품에 투자했기에 큰 손실을 입은 연맹은 거의 없었다.

 각 연맹들이 매년 축적한 적립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금액도 5억원 대를 넘어서면서 과연 적립금의 용처가 무엇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각 연맹의 실무자들은 적립금의 용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한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적립 추세가 차기 집행부 임기 말로 이어진다면 각 연맹의 적립금은 10억 원 대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 연맹의 핵심 인사는 "각 연맹이 힘을 합친다는 전제에서 타당성 있고 설득력 있는 구체적인 구상도 갖고 있다"며 "각 연맹이 적립금을 공동투자하고 힙을 합치기만 한다면 수도권에 최소한의 보금자리 마련은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 "이 경기장은 학원 팀들의 전용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적으로 수도권에 약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하여 그린벨트를 매입하면 초. 중 고. 대학 팀들이 상시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3-4면의 전용 경기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현재 수도권의 부지 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그린벨트는 값이 저렴한 곳이 적지 않으며, 현행법상 그린벨트에도 체육시설의 조성은 가능하고 대부분의 팀들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꼭 좋은 위치에 있는 부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 연맹은 회장의 개인 취향과 실무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연맹 운영에 큰 차이점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절약일변도로 빠듯한 살림을 했다고 판단되는 중등연맹은 김석한 회장이 상당부분을 사비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등연맹은 지도자 해외연수 등에 김석한 회장의 사재출현이 빈번했다. 대학연맹도 비슷한 상황으로 변석화 회장의 사재출현은 선두권이다. 고교연맹은 올해 결선보고서의 내용이 충실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 각 연맹의 회장 선거가 있었다는 점에서 각 연맹들이 해외 지도자 연수를 빈번하게 보낸 것도 눈길을 끈다. 각 연맹이 올 한해 해외연수를 보낸 지도자 수는 약 300여명을 넘어선 수준이다.

 각 연맹이 총회에 내놓은 결선보고서를 분석해보면 각 연맹은 자립으로 연맹을 충분하게 운영 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었다. 안에서 살림만 제대로 꾸려나간다면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실 지난 10여 년 전만 해도 경제인들을 회장으로 영입하지 않고서는 연맹 운영이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자립운영이 가능 할 정도로 주변 여건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일부 연맹은 매년 지원받은 ‘대회 지원금’ 만 갖고도 연맹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대회를 치르고 남은 여유 자금을 각종 신탁회사와 은행의 장기 투자 상품 등에 투자하여 상당액의 이자수입까지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엘리트 축구계’의 환경 변화를 실감나게 만들고 있다.

 각 연맹의 적립금을 보면 대학연맹은 현재 약 7억 원의 자금을 신탁회사와 은행 등에 예치해 놓은 상황이다. 고교연맹은 5억 5천만 원의 자금을 은행 등에 예치해놓았고 중학연맹도 약 7억 원의 기금을 신탁사와 증권사 은행 등에 분산 예치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연맹은 워낙 인건비 부담이 큰 것이 부담이었는지 전임 집행부에서 이월된 비축금의 상당 부분을 다 써버리면서 적립금이 거의 바닥이 난 상황이다. 실업연맹은 이계호 회장이 임기를 불과 6개월 남겨놓고 경질된 난감한 형편이었지만 오히려 적립금을 늘리는 알뜰 경영을 해 낸 것이 이채로울 정도였다.

 유소년연맹은 사정이 전혀 딴판. 연맹 중에서 가장 많은 팀을 보유하고 있고, 대회 유치 수익금도 선두권으로 드러났으나 적립금은 타 연맹의 약10%에 못 미치는 빈곤한 처지로 드러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소년연맹의 올 해 총 예산이 약11억 원에 상회하고 있지만 올해 적립한 돈은 한 푼도 없다. 다만 5천만 원의 기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빈약한 실정이다.

 각 연맹 회장들이 내는 기부금도 천양지차로 나타났다. 7개 연맹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인사는 대학연맹 변석화 회장으로 올해 9000만원을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교연맹 유문성 회장은 4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등연맹은 " 김석한 회장의 결재가 있어야 자료를 발표할 수 있다"며 기부금 공개를 거부했다. 

 유소년연맹 김휘 회장은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휘 회장은 현재 4선에 성공했으나 지난 2000년 초 부터 기부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유소년연맹 유성환 전 부회장은 "연맹 살림이라는 것이 회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에 회장이 기부금을 내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처신으로 비쳐지고 있다. 유일하게 유소년연맹은 최준식 부회장이 07년도에 1000만원을 기부했으나 극심한 사업 부진으로 올해는 기부금을 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사들에 대한 마타도어가 극성을 부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가 스포츠 메이커 사주이면서 각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였다. (주) 험멜의 사주인 변석화 회장과 (주) 키커의 사주인 김휘 회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렸다. 악성 소문의 주요 메뉴는 회장이 자사의 제품을 강매하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 받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특히 "회장이라는 인사가 연맹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연맹 돈으로 자사 재고제품을 구입하여 회원사들에 배포하고 있다"는 악성 소문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덧붙여 연맹을 ‘자사 제품의 재고 처리장쯤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그 중 한가지로 축구인들이 가장 분기탱천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 연맹의 결산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이 같은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각 연맹의 결산 보고서에는 ‘지원금’이라는 항목이 중요한 예산 사용처로 기록되어 있다. 말 그대로 소속 팀들을 연맹이 지원했다는 뜻이다. 그 실체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각 연맹의 실무 책임자들에게 ‘지원비’의 실체에 대해 질문했다.

 거의 대부분의 연맹 실무자들은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지도자들에게 들어간 지원금 액수를 밝히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된다"며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지원비의 용처 중 일선지도자들에게 현금으로 지원되는 비율은 거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 용품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예상이 난무하고 있다.

 각 연맹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살펴보면 약 90% 이상이 전국대회를 각 시도에 유치해주며 받은 ‘대회 유치 지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08년에 7개 연맹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연맹은 중학연맹으로 약 13억 원을 벌어들였으나 지원금에 대한 상세한 수입 액수에 대해 중학연맹 실무자는 공개를 거부했다. 그 다음이 유소년연맹으로 약 11억 6천만 원의 ‘대회 유치 지원금’ 을 벌어들였다.

 대학연맹은 9억4천만 원을 지원받았고, 고교연맹은 3억3천만 원의 대회 유치금을 지원받았다.

 연맹의 자금 사용처는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대회를 유치하면서 받았던 지원금 중 약 70%가 대회 운영비로 재투입되고 있다.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심판비. 감독관비. 지원비 등의 순서로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맹의 경우는 따가운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특히 ‘지원비’라는 항목으로 뭉치 돈이 대회가 개최될 때 마다 거의 반복적으로 지출되고 있으나 누구에게 지출 됐는지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자료는 전혀 없으며 결산 보고서에 큰 계정과목만 한결같이 나열되어 있는 수준이다.

 올해 각 연맹의 선거를 앞두고 ‘스포츠 용품사 오너들의 각 연맹 진입을 막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 특정 인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성이 농후한 주장으로 비쳐지는 것이 사실이나 유소년과 대학연맹 결산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 것이라는 감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현재 ‘스포츠 용품사’의 오너이면서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김휘 회장과 변석화  회장. 두 회장은 용품사 오너라는 공통점은 동일 하지만 김휘 회장과 변석화 회장의 처세는 천양지차라고 표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휘 회장은 ‘연맹 운영을 강 건너 불구경 하 듯 한다’는 한결같은 지적을 받고 있으며 "연맹 부회장에 불과한 인사가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낼 때 회장은 뭘 했느냐"는 반문에 시달리고 있다.

 변석화 · 김휘 회장은 동일한 용품사 사주. 사실 대학과 유소년연맹이 회장 자사의 제품을 연맹의 예산으로 구입하여 소속 팀들에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거래 행위는 ‘내부자 거래 행위’에 해당되며 공정거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밀실 거래’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며 개선이 절실하고 시급한 대목이다.

 연맹이 용품 구입에 투입하는 자금이 회장의 쌈지 돈이 아니고 전 축구인들이 벌어들인 것과 같은 피 같은 자금이라면 연맹이 대량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당연하게 공개 입찰을 해야 하며, 제품의 가격과 재고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는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여론이 따갑다. 08년 결산 보고서에 나타난 일부 연맹의 예산집행과 살림살이의 흐름을 살펴본 소감을 한마디 남긴다면 ‘왕창 벌어 왕창 썼고, 떡고물도 많이 떨어졌겠구나’ 하는 황당한 느낌뿐이었다.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