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고와 ‘100분의 사투’끝 4 PK 3 … 자존심 살려


‘신흥명문’ 과천고가 올 해도 ‘우승’의 전통을 이어갔다. 박두흥 감독이 이끄는 과천고는 4일 경남 양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제46회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 결승에서 지난해 왕중왕 부경고를 맞아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 혈투 끝에 결국 4 : 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을 1승 1무로 마치며 본선 토너먼트에 오른 과천고는 16강부터는 매 경기 치열한 사투를 펼쳤다.

16강에서 인천남고를 만난 과천고는 전반 12분 김진혁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막아내며 1 : 0으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올라 프로산하 클럽팀인 현대고와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 과천고는 전반 11분 최정용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종료직전 현대고 권진성에게 통한의 동점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현대고를 4 : 3으로 제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산하 대건고와 만났다.

이날 과천고는 전반 35분 김기호가 자책골을 범하는 바람에 대건고에 먼저 한 골을 내줬다.

하지만 과천고는 후반 저력을 보이며 맹 반격을 펼쳤고 후반 10분 전반전에 자책골을 범했던 김기호의 속죄포로 경기를 원점을 다시 되돌렸고 이후 후반 30분 정호영의 역전 결승포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2 : 1로 승리를 거두고 홈 팀 부경고와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사실 지난해 2관왕의 주역이 대거 빠진 과천고 보다는 올 시즌 리그에서 부동의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경고의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 뚜껑을 열어보니 전반 초반부터 과천고가 김진혁과 최정용을 앞세워 경기를 이끌어 갔다.

결국 과천고는 전반 31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최정용이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홈이나 다름 없는 부경고에 먼저 한방을 날렸다.

이후 과천고는 전반 37분 이번에도 최정용이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순간적인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로 감아찬 공이 그대로 골 망을 가르며 결국 과천고가 전반을 두 골 앞선 채 마쳤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부경고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부경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력이 좋은 이창민, 이상하, 박지민 세 명의 공격수를 한꺼번에 투입시키며 반격을 펼쳤다.

그 결과 부경고는 후반 11분 김용진이 문전에서 골대를 등지고 있다가 돌아서며 오른발로 만회골을 터트리며 한 골 차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 분위기는 부경고의 공세 속에 과천고는 순간적인 역습으로 맞불을 놨다.

과천고는 후반 23분 역습상황에서 오버래핑에 나선 조재영이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낮게 연결해 준 공을 문전에서 고영민이 오른발로 슈팅을 날려봤지만 골대 옆을 살짝 스쳤다.

부경고 역시 후반 29분 정준현이 골대 정면으로부터 약25m 지점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동점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종료 3분여를 남겨두고 부경고의 동점골이 터졌다.

부경고는 후반 37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땅볼로 문전을 향해 이어준 공을 달려들던 이상하가 그대로 동점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전·후반 각각 10분씩 진행된 연장전에서 부경고는 이날 경기를 통틀어 가장 좋은 기회를 잡았다.

연장 후반 3분 부경고는 미드필드 왼쪽 부근에서 절묘하게 연결한 크로스를 문전에서 박지민이 GK와 단독으로 맞섰다. 살짝 발만 갖다 대도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박지민은 너무 여유를 부렸다. 공을 잡고 잠시 머뭇거렸던 박지민은 한 박자 늦춰 구석을 향해 슈팅을 날렸지만 과천고 GK 김민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을 막아냈다.

이후 과천고 역시 연장 후반 3분 오른쪽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문전에서 고영민이 잡았지만 트레핑 과정에서 공이 약간 길어 수비가 걷어냈다. 결국 이날 결승 역시 우승컵의 주인공을 그 잔인하다는 승부차기로 가리게 됐다.

과천고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과천고 첫 번째 키커 김진혁은 깔끔하게 킥을 성공시킨 반면 부경고 첫 번째 키커 심상민의 킥은 과천고 GK 김민수 정면으로 향했다.

이후 과천고는 연이어 두 명의 키커가 실축을 범했고 부경고는 두 번째 키커 이창민이 GK 김민수의 선방에 막혔지만 세 번째 키커 신일수가 성공시키며 1 : 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5번 키커까지 킥을 성공시켰고 승부는 6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과천고 6번 키커 김상영은 킥을 성공 시켰고 부경고 정동윤은 한 참 뜸을 들이다 찬 공이 결국 골 대위로 넘어갔다.

결국 과천고가 4 : 3으로 숨 막혔던 100분간의 사투를 승리로 가져갔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과천고는 8강과 4강에서 연이어 K리그 산하 유소년 팀을 차례로 무너트리며 학원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