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 쾌거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마침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으며 ‘아시아 축구의 맹주’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 두바이 알 와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2:0으로 꺾고 승점 14점을 획득하며 10일 벌어진 사우디전과 17일 벌어지는 이란전의 결과와 상관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최종예선 6경기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이로써 독일월드컵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18번의 월드컵에 모두 초대된 브라질, 독일(14회 연속), 이탈리아(12회 연속), 아르헨티나(9회 연속), 스페인(8회 연속) 등 세계 내로라하는 강호들에 이어 여섯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생각보다 빠른 시일에 남아공행을 확정짓기는 했지만 그 과정까지는 많은 역경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본선 진출이 더욱 값진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핌 베어백 감독이 2007 아시안컵을 마치고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감독 선임과정에서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기존의 외국인 감독 체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과 ‘국내 지도자들에게 감독직을 맡겨야한다’라는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며 많은 논란이 있었고 더구나 대상자가 히딩크 이전 마지막 국내파 감독이었던 허정무 감독으로 밝혀지면서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0:1로 패한 작년 1월말 칠레와의 평가전을 통해 어렵사리 첫 출항을 시작한 허정무호는 이후 2월 중국에서 벌어진 동아시아 선수권대회 중국, 일본, 북한과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대표팀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계속 되었다. 3월 말 상하이에서 벌어진 북한과의 경기에서 전반 홍영조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뒤지고 있다가 기성용의 동점골로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둔데 이어 5월말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뒤져있는 요르단과의 홈경기에서도 두 골을 앞섰지만 수비 불안으로 후반 막판 두 골을 내주고 무승부에 그치자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극에 달했고, 허정무 감독에 대한 경질설도 숱하게 흘러나왔다.
대표팀은 요르단과의 원정경기에서 박주영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둔데 이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두현의 활약을 앞세워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하며 위기에서 벗어나오는 듯 싶었지만 3차 예선을 마치고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사퇴를 하고 이회택 협회 부회장이 기술위원장직을 겸임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했다.
2005년 동아시아 선수권대회부터 3차 예선까지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한 북한을 비롯 89년 이후 여섯 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던 사우디, 2005년 서울에서 벌어진 평가전 이후 네 번의 경기에서 이겨보지 못한 이란 등과 까다로운 상대들과 함께 나란히 최종 예선 B조의 편성되면서 본선 진출이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최종예선에 접어들어 첫 경기인 북한과의 원정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순항을 하기 시작했다.
UAE와의 홈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둔 대표팀은 중동 원정 2연전이라는 최대 걸림돌을 맞이하게 됐지만 지난해 11월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근 20년 만에 사우디의 모래바람을 넘어선데 이어 올 2월 ‘원정팀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동점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거두는 등 1승 1무의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4월 1일 후반 막판 터진 김치우의 결승골로 지긋지긋한 북한전 무승부 징크스에서 탈출한 대표팀은 7일 적지에서 박주영과 기성용이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면서 승리를 거둬 마침내 남아공행 티켓을 따냈다.
본선 진출도 나름의 성과지만 대표팀이 ‘옥석 고르기’를 거듭하며 이뤄낸 세대교체도 크나큰 성과 중 하나였다.
허정무 감독이 사령탑에 복귀한 지난해 1월 이후 65명이라는 많은 수의 선수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지만 소집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선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선수들간의 자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으로 이어 지면서 이것이 곧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로 연결되었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여겨졌던 설기현, 김남일, 김두현 등은 3차 예선이 치러지고 있던 기간 동안 부상과 경고 누적 등의 이유로 소집이 되지 않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전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게 됐고, 그들의 자리는 이청용,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현역 프리미어리거인 조원희조차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대표팀은 칠레전 이후 23경기에서 11승 12무를 기록하며 무패행진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목표로 삼고 있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각 대륙의 예선을 통해 본선에 오르는 팀들은 3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통해 만났던 그 동안의 팀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UAE에서 돌아오는 입국장에서 “사고를 한번 치겠다”며 본선에서의 각오를 다진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내년 남아공에서 어떤 사고를 칠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은 10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사우디와의 최종예선 7차전 경기에서 전, 후반 90분간 팽팽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0:0으로 비긴 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역대 상대 전적(4승 6무 6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우리와 무승부를 기록한 사우디가 승점 11점을 얻으며 북한에 골득실차로 뒤진 3위를 유지하면서 B조의 남은 본선 티켓 한 장은 17일 벌어지는 북한과 사우디의 맞대결에서 그 주인을 가리게 됐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상)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돌아온 대표팀.
사진 (하) 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사우디와의 경기 모습.
안상현,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