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Queen' 이장미…아름다운 패자 ‘현대’


대교 캥거루스(이하 대교)가 맞수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이하 현대)를 물리치고 초대 여왕에 등극했다.

 대교는 지난 16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 대교 눈높이 W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후반에 터진 이장미의 통쾌한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종합전적 2승으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이미 고양에서 펼쳐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대교는 여유 있는 분위기로 2차전에 임했다. 반면 현대는 2골 차 승리라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얼굴에 역력히 들어나 분위기에서 이미 대교의 우위가 점쳐졌다.

 한 골이 시급한 현대는 대교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총 공세로 나서며 초반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현대의 맹공을 예상했지만, 대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현대는 김주희와 박지영을 중심으로 매서운 공격을 펼쳐보이며 골을 노렸지만, 골문을 여는 데는 어려움을 나타냈고, 오히려 대교의 단단한 수비벽과 간간이 이어지는 역습에 조금씩 예봉의 끝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대교는 전반은 수비적으로 나서며 현대의 힘을 빼놓는 듯한 인상을 풍기며 후반을 노리는 듯 보였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후반 들어 대교는 현대를 매몰차게 몰아붙였고, 골이 필요한 현대는 수세적으로 나서며 전반과는 판이한 경기로 이어졌다.

 대교는 후반 13분 쁘레치냐의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이장미에게 연결됐고, 이장미는 넘어지며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포스트와 크로스바 사이를 맞추고 튀어나와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이후 쁘레치냐와 최미진의 돌파가 살아나면서 경기는 마치 하프 게임처럼 대교의 완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일방적인 공격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던 대교는 후반 33분 강수지를 투입하며 더욱 고삐를 당겼고, 3분 뒤인 후반 36분,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뽑는 데 성공했다.

 이장미는 왼쪽 측면 강수지에게 볼을 연결한 뒤 곧바로 골문을 향해 돌진했다. 패스를 받은 강수지가 지체없이 이장미에게 다시 볼을 건넸고, 흘러나온 공을 이장미는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슈팅으로 가져가 선제골을 뽑았다.

 이장미의 슛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오른쪽 골대 구석 이른바 야신존에 그대로 꽂혔다.

 이 골은 결국 우승을 확정짓는 천만원짜리 결승골이 됐다.

 전의를 상실한 현대는 남은 시간 대교의 파상공세에 시달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로써 1차전을 1:0으로 승리했던 대교는 2차전 역시 1:0으로 이겨 합계 2:0, 종합전적 2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원년 WK리그의 주인공이 된 대교는 우승상금 천만원도 획득했다.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이장미 선수는 챔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하며 진정한 여자축구의 여왕에 자리했다. 

 역전우승의 드라마를 노리던 현대는 이장미의 골을 막지 못하며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월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던 WK리그는 신선한 즐거움을 남기며 올 시즌을 성대하게 마무리했다.

신석주 기자(vision007@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