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지도자로 명장의 연륜을 쌓아 지도자 기근해결 할 유능한 재목’
‘경희대, 춘계 저학년대회 우승 고비마다 높은 경기력으로 제압’
젊은 지도자에게 연속되는 승리는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야전 지도자로 반생을 보낸 원로들도 대체적으로 이런 논리에 공감을 표시한다.
더구나 갈 길이 먼 젊은 지도자들은 눈물 젓은 빵을 먹어봐야 한다는 것이 진리처럼 통하는 바닥이 축구계의 진리이며, 젊은 지도자들에게 패배는 승리 못지않은 좋은 보약이 된다.
그러나 패배는 상당한 후유증을 수반한다. 더구나 꼭 승리해야 할 경기, 승리하고픈 경기에서 패배한다는 것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며 여운도 길고 부작용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경희대 김광진 감독은 양구대회에서 우승을 쟁취하기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우승은 더욱 값진 승리가 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전국 체전 우승 문턱에서 뼈아픈 좌절을 겪어야 했다. 결승에서 만난 천적, 숭실대에게 89분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통한의 동점 골을 허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승부차기에서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김 갇독은 그 패배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주심의 종료 선언 휘슬이 울렸지만 벤치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축구계엔 패배가 또 다른 패배를 불러온다는 속설이 떠돈다. 김 감독은 그 속설을 생생하게 입증하는 악몽을 또 겪어야 했다.
수원에서 다시 호남대에게 드라마 같은 통한의 역전패를 또 당한 것이다. 경기는 경희대의 우세가 뚜렸 했으나 역시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당시 경희대는 이근환이라는 걸출한 중앙 수비수이자 예비 스트라이커이가 버티고 있었지만 김 감독의 수세적인 작전으로 패배를 자초한 구석이 짙었다.
이근환을 수비수로 돌리기보다는 득점을 한 후 수비로 내려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니었을 까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의 운영이 조금 수세적이었으며, 지나치게 승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지적이 비등했다.
축구계에서 감독의 지도 능력과 찬란한 연륜은 수 없는 패배와 또 승리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것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감독의 뛰어난 지도능력은 일시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 춘계 대회에서 김광진은 확 달라진 면모를 선보였다. ‘열광진’ 이라는 별명을 떨쳐버렸으며, 툭하면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펼치다가 벤치 퇴장을 당하기 일쑤였던 면모를 일신한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능글맞다고 해도 될 능란함까지 보였다.
호남대와의 결승에서 보인 노련한 ‘벤치 웍’은 예전의 김광진이 전혀 아니었다. 합법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상대 팀과 벤치를 압박하고, 또 자연스럽게 선수를 교체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결국 숨 막히는 순간순간을 선수들만의 능력이 아닌 지도자의 지능적인 능력까지 보태며 노련하게 넘어선 것이다.
김광진은 김철(전 건국대 감독), 하석주와 동기생. 현재 그 연령에 대학 감독을 맡은 사람은 거의 드물다. 젊은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키우지 못해 온 우리 축구계로서는 보배와도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축구의 명문, 경희대를 다시 대학 정상에 올려놓은 김광진은 명장으로서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유구한 경희대 축구부의 역사에서 보면 이제 우승의 나이테를 하나 더 늘린 것에 불과 할 것이지만, 지도자 빈곤에 허덕이는 한국축구의 관점에서 보면 유능한 젊은 지도자가 한사람 더 늘어났다는 평가를 내릴 만 하다.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르기 까지 경희대는 난적을 고비마다 만났지만 깔끔하게 제압하는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더구나 김동우 (대륜고. 2학년. 178cm) 박승일(광양제철. 2학년 .182cm) 권한진( 마산공고. 1학년.1·86cm) 정우영( 학성고. 1학년. 183cm) 등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대들보들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축구인 모두에게 또 하나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젊고 모자라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장으로서의 연륜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김광진 감독을 만나는 대학 그라운드는 해서 마음도 설레고 기대도 한결 크기만 하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