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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첫 단추’ 잘 끼운 초보감독 홍명보
기사 작성일 : 09-10-15 11:48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 자신감 수확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화려했던 선수 경력을 자랑하는 홍명보 감독은 이번 이집트 U-20 월드컵을 통해서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었다.

 고작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감독’ 홍명보 감독은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 없이 세계 8강 진입이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다.

 U-20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서부터 홍명보 감독은 본의 아니게 조중연 회장 체제로 새롭게 닻을 올리기 시작한 협회의 인사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처음 선수들이 소집된 3월 이후 포지션 별로 자연스러운 경쟁 구도를 조성하면서도 특정 선수 몇 명에만 기대지 않는 소신을 보였다. 특히나 최종 엔트리 21명 중 유일한 고교생이었던 최성근(언남고)은 이집트 3개국 축구대회를 위한 두 번째 소집부터 꾸준히 명단에 올랐다.

 첫 대회인 이집트 3개국 초청 대회에서 체코, 이집트와 1승 1무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이후 4월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두 차례 평가전과 8월 수원에서 열린 수원컵에서 남아공, 이집트, 일본을 차례로 연파하며 이번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어느 정도 기대케했다.

 홍명보 감독은 8월 월드컵에 참가할 예비 명단을 발표할 즈음 기성용(서울)의 엔트리 제외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총 21명의 최종엔트리 중 프로선수는 총 10명. 그나마도 1군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는 주장을 맡은 구자철(제주)을 비롯해 이승렬(서울), 윤석영(전남), 서정진(전북) 등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K리그와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좋은 기량과 비교적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기성용의 합류는 홍명보 감독에게 있어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성인 대표팀에서 검증된 선수인만큼 청소년 대표팀에서 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중연 회장과 허정무 대표팀의 의견을 존중해 기성용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기성용의 부재와 마니아가 아니라면 몇몇의 이름을 빼고는 왠지 낯설게 느껴질만한 선수들의 명단은 국민들과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더군다나 첫 경기인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하면서 관심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은 홍명보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유럽 선수권 우승팀인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미국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고 당당히 ‘죽음의 조’를 통과했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홍명보호는 아쉽게 26년만의 4강 진출이 아닌 18년 만의 8강 진출로 도전을 마쳤지만 지도자로서의 홍명보라는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8강전에서 한국에 신승을 거둔 가나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새벽 벌어진 4강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부상, 경고누적 등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세계 정상권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잃은 대신 팀 워크로 세계무대에 도전했다. 세계무대에 나서면서 스타의식을 철저히 버린 홍명보 감독은 대스타 출신 감독이 아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감독으로 변해 있었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김민우(연세대)가 2002년 월드컵 포루투갈 전에서 선제골을 뽑아낸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에게 안긴 것처럼 홍명보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선수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나서 경기를 뛴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있던 선수들에게도 먼저 악수를 청하며 격려했다. 자칫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위화감과 좌절감이 들 수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는 손길이었다.

 조중연 회장은 이번 대회가 있기 전부터 ‘U-20 대표팀을 올림픽대표팀 체제로 일찍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직 공식적인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게 될 확률이 아주 높아졌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3년. 부임 7개월 만에 세계무대 8강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홍명보 감독에게는 어찌보면 충분한 시간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2009년 가을 이집트에서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홍명보와 아이들’이 3년 후 런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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