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범, 트루시에 등 물망 올라
국가대표 조광래 감독을 현직 전격 경질한 대축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가 차기 감독 선임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신임 기술위원들은 첫 회의를 갖고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대표 팀 감독 선임은 녹녹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축과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특히 선임의 타이밍을 놓고 고심 중이다. 명분 없이 조 감독을 무 자르듯 잘라 놓고 열차를 타러가는 것처럼 황급하게 후임 감독을 선임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또 다시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 꼽힌다. 김 감독에게 무게가 실리는 부분은 ‘대축과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점. 지도력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김 감독은 올해 물 오른 지도력을 과시했다.
당초 대축이 만지작거렸던 김호곤 카드를 뽑았더라면 오늘 같은 불상사를 맞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김 감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김호곤 감독은 올해 컵 대회 우승과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늙은 전차군단’ 이라는 평가를 받던 울산을 호랑이로 변신시키면서 대축 수뇌부의 가슴을 더욱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조 감독의 전격 해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대축 수뇌부는 이제와서 ‘코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회택 부회장은 ‘차기 감독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코드가 맞아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결국 차기 감독의 덕목 중 가장 중요시 되는 부분이 코드가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불변의 내부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호곤 감독은 13일 오후 ‘팀을 맡고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손사래와 함께 입을 굳게 닫았다.
김 감독과 가까운 모 인사는 ‘김 감독을 설득할 수 있는 인사는 딱 한사람뿐이다’며 ‘대축에서 김 감독이 꼭 필요하다면 ‘차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결국 오직 한사람, 정몽준 명예회장 만이 김호곤 감독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성남 감독 김학범 씨도 차기 감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학범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돌아온 이후 유럽을 수시로 드나들며 지도력을 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축 모 유력 인사는 ‘김학범 감독도 영입 검토 대상으로 충분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차기 감독을 내년 2월의 예선용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억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학범 전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축 기술위는 13일 오전 첫 회의를 갖고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그러나 여론은 신임 기술위원들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가 아니다. 위원들의 면면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신임 위원들의 무게가 떨어진다. 안익수 프로 감독이 들어가 구색을 맞추긴 했으나 고교 감독이 주류를 이뤘다. 고교 감독 3명이 천거되면서 고교 축구가 대축 기술위원회를 접수(?)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규준 전 장훈고 감독, 최수용 금호고 감독은 학원 축구계에서는 백전노장에 속한다. 윤종석 위원은 오랜 기간 초등학교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모 방송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 11월부터 이규준 감독의 뒤를 이어 장훈고를 맡았다.
신임 위원들의 면면에서 기술위가 급조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모 축구인은 ‘이규준, 최수용 감독이 전국의 고교와 중학교 유망 선수들을 거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대목에는 수긍이 가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차기 국가대표 감독의 영입을 추진하고 또 전국의 국가 대표 선수들에 대해 선발권을 행사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는가 하는 대목에서는 의문을 쉽게 떨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황보관 위원장에 대한 球心은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느껴진다.
연말을 맞아 전국에서 벌어지는 행사장에서 축구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아우성이 벌어진다. 다구 동성으로 황보관 위원장의 경질론을 입에 올리는 축구인들의 공통적인 정서인 것이다.
반·친 협회 인사를 가리지 않고 황보 기술위원장 경질론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황보 위원장의 설화에 대해서는 신랄하며 악역을 맡았다고 백번 이해를 한다고 해도 제 역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런 중대한 역을 선뜻 맡을 수 있느냐는 비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당수 축구인들은 대축 수뇌부와 황보관 위원장 때문에 축구계 전체가 개망신 당했다는 공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정서는 조중연 회장의 행보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황보 기술위원장은 입에 담지 않아야 할 말을 내뱉으면서 설화를 자초하고 축구계에 큰 상처를 입혔다.
국내 스포츠 경기 단체 중 가장 자존심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는 집단이 재벌이 든 방송사 든 일개 스폰서에 불과한 세력에 의해 자존심이 크게 구겨지고 국가대표 감독을 전격적으로 자를 정도로 휘둘렸다는 대목은 쉽게 지울 수 없는 화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축구계의 모 원로 인사는 ‘황보 위원장이 축구인들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피부에 느끼고 또 알고 있다면 차기 감독을 선임한 이후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느냐’면서 ‘특히 조중연 회장도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골인지점에 곧 도달하고 있다면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 말고 협회 상층부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모 원로 인사는 ‘조 회장이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人事가 萬事’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면 실 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다’ 며 ‘월드컵 진출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다양한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또 축구계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포용력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근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