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수원이 무패행진을 달리며 K리그를 주도했다면 내셔널리그에서는 단연 울산현대미포조선(이하 울산)이 철저하게 군림한 전기리그였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울산은 올해 그야말로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한 기록을 양산해냈다.

  내셔널리그 25경기 연속무패, 지난해 전국체전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30경기 연속 무패행진기록을 새로 쓰며 또다른 이정표를 세운 울산은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더 높고 튼튼한 장벽을 세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격, 수비 모두 내셔널리그 최강

  올시즌 울산은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가장 많은 29골을 넣음과 동시에 14개 팀 중 유일한 한자리수 실점인 단 8골만을 허용하며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울산은 게임당 2.23골을 넣는 동안 0.62골을 허용하는 엄청난 기록을 보이고 있다. 울산을 제외하고 게임당 평균 두 골 이상을 넣은 팀은 울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부산이 유일하며 경기당 실점이 1이 채 되지 않는 팀은 오직 11골을 실점한 3위를 차지한 수원밖에 없다.

  골을 많이 넣고 적게 허용해야 승리를 하는 축구경기 특성상 골을 많이 넣거나 적게 허용한 팀들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은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공격 이끄는 ‘괴물’ 김영후
 
  울산의 공격력을 얘기할 때 김영후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김영후는 전기리그 전 경기인 13경기에 그라운드를 누비며 무려 12골을 성공시키는 괴력을 보여줬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0.92골.

  13경기 중에서 세 경기를 제외한 10경기에서 어김없이 골을 터트렸다. 양도 양이지만 6경기에서 터진 골이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영후가 혼자 터뜨린 12골은 하위권 팀들이 전기리그에서 기록한 득점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웃도는 수치이다.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 김영후의 득점포는 무섭게 가동됐다. 김영후는 개막 후 여섯 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부터 여덟 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황선홍, 김도훈 등이 K리그에서 세운 연속 경기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영후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득점이 어려워지자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내주는 특급 도우미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김영후는 도움부문에서도 7개를 기록하며 고양의 김요환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전기리그 전 경기에 출장한 김영후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경기는 노원과의 8라운드와 득점없이 비겼던 창원과의 9라운드 단 두 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그는 거의 매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김영후는 19골에 득점과 어시스트로 기여하면서 팀이 전기리그에 올린 전체 득점에 66%에 달하는 득점에 관여를 하면서 내셔널리그 최고의 공격수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K리그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내셔널리그가 약간 뒤쳐진다고 해도 그의 활약은 공격수 부재로 고심하고 있는 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김영후가 울산의 공격을 앞장서서 이끈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울산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울산은 김영후를 제외하고도 7명의 선수가 고르게 득점에 가담하면서 화려한 공격을 뽐냈다.

  지난 대통령배에서 MVP를 차지한 안성남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봉겸도 네 골을 터뜨리면서 어지간한 공격수 못지않은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정민무도 막판 여섯 경기에서 네 골과 네 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공격에 힘을 보탰고 김기형이 두 골, 최종환과 정재석, 김지성도 한 골씩을 보탰다.

최소실점 이끈 거미손 유현
 
  K리그 수원에 철벽 수비를 자랑한 이운재가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면 울산에는 유현이 있었다. 

  유현은 13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단 6골만을 내주며 경기당 평균 0.46골만을 내주는 철벽 수비를 자랑했다.

  유현은 고비마다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이 무패행진을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전기리그 MVP는 묵묵히 골문을 틀어막은 그가 차지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울산은 유현의 선방과 김봉겸, 고범수가 이끄는 수비라인이 그 어느 팀보다 견고함을 자랑하면서 고작 8골만을 전기리그에서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