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룡, 신의손이 따로 없다!!
전주 월드컵 구장이 모처럼 약5만여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들썩거렸다.
월드컵 경기장 매표소를 기점으로 오전 10시부터 길 게 늘어선 관중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애간장을 녹였다.
대축은 오전10시부터 현장 매표를 했으나 표를 구입하지 못한 관중이 더 많았다.
현장에서 중계방송을 하던 이용수, 이상철 해설위원은 방송이 끝나고 목이 아파 쩔쩔맬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고 하소연 할 정도로 경기도 치열했지만 관중들의 환호성이 대단했다.
경기내용도 관중들의 환호와 열성에 충분하게 보답했다. 조광래 감독 역시 기자회견에서 “100% 만족 한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아프리카의 맹주 가나는 역시 강팀. 특히 선수들의 피지컬은 위협적이었다. 경기 초반 다소 느슨하게 출발한 것이 초반 리듬을 잃었고 그런 흐름이 대표 팀에게 승리를 안겨준 승인이었다.
가나는 미드필더들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격의 연결 고리인 바두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자주 패스가 차단당하며 공격 흐름이 중단됐다.
한국은 전반6분 차두리가 가나 진영 오른쪽을 약20m 단독 돌파 했으나 가나 수비진이 파울로 저지했다.
이후 기성용의 강력한 크로스가 문전으로 투입됐고 지동원이 헤딩으로 골문을 위협했으나 수비가 걷어내면서 득점은 무산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조광래 감독이 강조하는 속도전을 자주 시도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주고받다가 상대 공간을 파고드는 킬 패스를 자주 시도했으나 큰 효용성은 없었다. 사이드에서도 마찬가지.
대표 팀의 공격수들이 공을 소유하고 먼저 출발하고서도 도달 지점에서는 한 두 발 정도 늦게 따라온 가나 수비수들에게 공을 뺏기는 현상이 자주 벌어졌다.
가나 선수들은 몸집이 크면서도 발걸음이 워낙 빨랐다. 차두리 만이 유일하게 가나 선수들과 스피드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은 전반10분 가나 오른쪽 코너를 파고들던 지동원이 코너킥을 얻어냈다.
기성룡은 코너킥을 문전에 가깝게 붙이지 않고 약간 외곽으로 흘려 찼다.
가나 수비수들이 문전 중앙 외곽에서 도사리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오던 지동원을 놓쳤다 싶은 순간, 지동원이 돌고래 처럼 허공으로 껑충 솟아올랐고 이마로 가나 골문구석으로 공을 밀어 넣었고 곧이어 가나 골 망이 요동쳤다.
금쪽같은 선제골이 터진 것이다.
경기장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고 약5만 관중이 질러대는 환호성으로 귀가 멍했다. 실점 순간 가나 문타리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골문에 들어와 있는 공을 걷어차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가나는 실점 이후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간을 좁히며 대표 팀을 압박했다. 전반 14분 가나 기안이 문전으로 날카로운 패싱을 시도했고 이용래가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파울로 연결됐다.
기안이 페널티킥을 날리는 순간 정성룡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공은 이미 정성룡의 손에 잡혀 있었다.
실축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는 기안과 환호하는 정성룡의 고함이 묘하게 교차하는 순간 경기장은 다시 환호성으로 출렁거렸다.
정성룡은 이 순간을 기점으로 6개의 날카로운 슛을 막아내는 신들린 질주를 시작했다. 강력한 중거리 슛은 일차적으로 막아내고 이차 동작으로 마무리했고, 골이다 싶은 슛은 몸을 날려 훌쩍 쳐냈다.
사실 가나전 일등공신은 정성룡. 점수를 준다면 만점에 가까운 선방이 승리의 밑거름이 된 것이 실제 상황이다.
가나는 실점이후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하지만 대표 팀 역시 먼저 선제골을 터트리며 분위기가 올랐고 전반 21분, 지동원이 가나 GK 킴슨과 일대일로 맞서는 좋은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킴슨의 선방으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가나는 전반27분 한국 문전으로 투입된 크로스를 처리하지 못하고 수비수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아사모아의 슈팅이 문전을 파고들었으나 정성룡이 기차게 막아냈다.
정성룡이 전반에 막아낸 가나의 위력적인 유효 슈팅만 해도 5개가 기록되는 순간이었고 그 슈팅들이 거의 다 골에 가까운 순도를 지니고 있었다.
전반42분에는 기성룡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펼쳐졌다. 기성룡은 가나 GK 킴슨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약50m 중거리 슛을 쐈다.
킴슨이 황급하게 문전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펼쳐졌으나 기성룡의 슛은 가나 문전 골대를 한 뼘 정도 살짝 벗어났다.
후반들어 가나는 후반17분 문타리와 기안의 지능적인 연결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드에서 들어온 문타리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기안이 골문을 향해 가볍게 공을 밀어 넣은 것이다.
결국 이날 조광래 감독은 후반 구자철을 투입하면서 공세의 물꼬를 텄고 조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구자철은 후반 종료직전 지동원의 크로스가 골대를 맞고 나오는 것을 그대로 밀어 넣어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2 : 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조광래 호는 ‘승리의 관성이 붙었다’는 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비는 불안한 구석이 다분하다.
특히 자기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단 지연시키거나 걷어내는 것 보다는 재치 있게 공을 말끔하게 처리하려는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다보니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흔하게 벌어졌다.
가나전에서도 그런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아직 베스트가 정해지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수들은 뭔가 감독에게 보여주겠다는 욕구가 강하고 또 주전을 꿰차겠다는 야망이 강하나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날 대표 팀은 3일 세르비아와와 이날 가나와의 경기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해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친선경기는 친선경기일 뿐이다.
조 감독은 가능하다면 하루 속히 베스트를 마무리하고 전술 이해력을 높이고 눈앞에 드러난 수비 불안을 해소하는 투철한 인식이 절실하다.
김영근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