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성·오인복 로비서 6시간 피켓 시위 벌여


원로 2인이 신문로 축구회관 로비에서 전격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국가대표 출신인 원로 축구인 이은성(74. 전아주대학 감독) 오인복(72. 전주택은행 감독) 씨 등은 31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거액 연봉, 정실인사 축구인은 통곡 한다’는 피켓을 목에 걸고 6시간 동안 시위를 계속했다.

 이은성 오인복 씨는 시위에 돌입하며 배포한 유인물에서 ‘작금의 사태를 지켜볼 때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중연 회장은 축구인의 정서와는 전혀 다르게 역주행을 하고 있고, 회장 스스로 억대 연봉을 지급받으면서 협회의 구조조정 등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학연이 협회를 점령했으며, 현직 국장을 밖으로 내몰면서 정년퇴직한 인사를 다시 협회로 불러들이는 정실인사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후배들의 민원을 힘으로 짓누르고 있으며 원로들을 선거에 끌어들여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패륜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조 회장이 스스로 억대 연봉을 받겠다는 발상은 축구인들의 봉사정신을 훼손하고 한국 축구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에 먹칠을 하는 일탈 행위다’면서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또 선배로서 (억대 연봉을 스스로 철회 할 것을) 진심으로 충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22일 조중연 회장이 당선되고 2월 초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원로들이 최초로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비록 2인 시위에 불과했지만 축구계와 축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일선 감독들도 본사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격한 반응을 나타내며 ‘원로들께서 나서야 할 정도라니…’ 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모 고교 감독은 ‘곧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과 뜻을 결집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주말 리그제가 주중 리그로 변질되는 등 협회 탁상행정에 대해 뜻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면 리그제를 시행을 앞두고 강행군을 벌이고 있는 각 시. 도 협회장들과 리그 진행 실무자들의 반응도 냉랭했으며 ‘곧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날 것이다’는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은성 오인복씨가 전격적으로 31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위에 돌입하자 협회 수뇌부도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로비에 가장 먼저 나타난 인사는 박승옥 ‘OB축구회’ 부회장. 곧 그 뒤를 이어 노흥섭 최태열 부회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로비에 나타났다.

 노흥섭 부회장은 ‘사무실로 올라가서 말씀 하시죠’하며 원로들의 시위를 적극 만류 했으나 이은성 오인복 씨 등이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태열 부회장이 이은성 원로에게 ‘허승표를 지지 해놓고 이게 뭡니까’하고 쏘아붙이자 분위기는 순간적으로 과격하게 변질됐다.

 이은성씨는 ‘조 회장에게 좀 잘하라고 하는 것이다. 퇴진하라는 것도 아니고 첫 단추를 잘못 꿴 것 같고, 시정 할 것은 시정하라는 것이다. 쓴 소리를 좀 한다고 해서 허승표를 들먹이느냐’면서 ‘허승표가 시킨다고 이런 시위를 하는 것으로 본다면 전 축구인에 대한 큰 착각이자 모독이다’며 고함을 질러댔고, 이에 질세라 최태열 부회장은 ‘그럼 이제 막 시작한 조 회장에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느냐’면서 맞고함을 지르면서 분위기는 몸싸움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도달했다.

 오인복씨는 ‘원로가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허승표를 들먹이면서 입을 막겠다는 것이냐’며 ‘조 회장이 회장선거 출마 전에 밝힌 축구계의 대화합과 포용을 하겠다는 공약과 자세가 겨우 이것뿐이냐’며 고성을 질러댔다.

 이은성 오인복 씨가 시위를 벌이는 로비에는 이풍길 박승옥 조정수 이세연 씨 등 전 국가대표 출신 원로들이 찾아와 안타까운 시선으로 선배들의 시위를 지켜봤다.

 오후 2시 경, 이세연(협회 자문위원) 씨가 최태열 부회장의 원로들에 대한 사과를 주선했다. 최태열 부회장은 이은성 오인복 씨에게 정중한 자세로 사과를 했다.

 최태열 부회장은 ‘순간적으로 욱한 성격 때문에 말실수를 한 것 같다’며 사과를 했고, 이은성 씨는 ‘사과를 했으면 됐다’며 최 부회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은성 오인복 씨 등은 오후 3시까지 2인 시위를 계속 했으며 3시 10분 시위를 마친 후 ‘OB축구회’ 사무실로 올라가 원로들과 환담을 나누다가 협회를 떠났다.

 조중연 회장과 원로들의 만남은 없었으며 조 회장은 이은성 오인복 씨가 시위를 마치고 ‘OB축구회’로 올라간 직후 협회를 떠났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