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9일 수원과 포항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장장 9개월간의 열전에 돌입했던 올시즌 K리그가 지난 6일 전주에서 벌어진 전북과 성남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1위부터 7위까지의 순위가 모두 결정되는 등 팀당 28경기씩 총 30라운드가 펼쳐지는 동안 각 팀들은 저마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혼전이 계속 이어지며 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번호에서는 지난 1년간의 K리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리그를 뒤흔든 전북·포항·성남
올시즌 K리그 최대 화두는 역시 전북이었다.
겨울동안 대규모 선수 영입을 하며 시즌 준비를 마친 전북은 시즌 전 대다수 전문가들로부터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없었다.
김상식과 이동국의 기량이 이미 정점에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과 대규모 선수영입으로 인한 조직력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와 같은 우려들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최강희 감독의 신임아래 주장 완장을 찬 김상식은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진두지휘했고, 이동국은 6년 만에 20골 이상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다시 포효했다.
10골, 12도움(컵대회 포함)을 기록한 에닝요를 비롯해 대구에서 이적한 선수들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냈다.
전북은 이른바 ‘F4’의 활약 속에 초반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일찌감치 상위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의 공격축구는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31개의 도움을 합작해내며 도움부문 1, 2, 3위를 나란히 차지한 루이스, 에닝요, 최태욱의 지원사격을 받은 이동국이 두 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는 등 15개 팀 최다인 59골을 양산해냈다.
올시즌 세 차례 기록됐던 해트트릭이 모두 전북 선수의 발(최태욱 4월 4일 성남전, 이동국 5월 2일 제주전, 7월 4일 광주전)에서 나온 것을 보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한다.
물론 전북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전북은 8월 들어 성남(2일)과 포항(22일)에 내리 경기를 내주면서 올시즌 처음으로 연패에 빠진데 이어 9월 12일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역전패를 당하면서 3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북은 그 후 5연승을 구가하며 선두자리를 바짝 위협했고, 결국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다시 선두에 복귀한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비록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전통의 명문들인 포항과 성남도 리그 초반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포항은 개막전에서 수원을 상대로 승리를 하면서 산뜻한 출발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후 9경기에서 2무 7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으로 인한 휴식기 이후 포항은 180도 다른 팀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6월 21일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둔 포항은 10월 11일 전남에 패하기 전까지 리그 14경기 연속 무패행진(11승 3무)을 기록하며 순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포항은 이 기간동안 9월 13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는 등 총 37골을 쏟아붓는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매 경기 동안 골을 뽑아냈고, 한 골을 넣은 경기도 8월 15일 성남과 홈경기가 유일했다.
막판 세 경기에서 다시 3연승을 거둔 포항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 리그 2위에 올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컵대회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K리그 대권을 위해 도전장을 내던졌던 포항은 성남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올시즌 유일한 홈경기 패배를 당하며 더블 달성에 만족해야했다.
‘레전드’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좀처럼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중위권에서 맴돌던 성남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며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초반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던 성남은 7월 12일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9경기에서 5승 3무 1패를 기록하면서 6위 이내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치열한 6위권 싸움을 벌인 성남은 연이어 세 골씩을 뽑아내는 화력을 발휘한 끝에 강원, 광주, 수원을 차례로 물리치면서 마침내 4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성남의 반전은 챔피언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9명이 싸운 인천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끝에 신승을 거둔 성남은 4강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몰리나의 프리킥골을 앞세워 전남, 포항을 나란히 쓰러뜨리며 2005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포항에 우승을 내준 아쉬움을 달래는 듯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전북에 무너지면서 여덟 번째 우승의 꿈을 접었다.
■ ‘名家’들의 몰락
‘명가’들의 몰락도 눈에 띈 한 해였다.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모두 휩쓸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수원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일찌감치 ‘푸른 날개’를 접었다.
초반 네 경기에서 1무 3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순위권 경쟁에서 밀린 수원은 이후에도 반등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꼴찌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후반기 들어 김두현이 가세하면서 2연승 포함 세 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며 결국 10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전통의 명문 울산 역시 8위에 그치며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아테네 올림픽 8강을 일궜던 김호곤 감독 체제 아래 새롭게 출발한 울산은 염기훈, 오장은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8위를 기록하며 2000년 최하위(10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울산은 6월 28일 수원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6경기 연속 무패(2승 4무)를 달린데 이어 8월 30일 서울전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3승 3무를 기록하며 6강 진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지만 막판 세 경기에서 모조리 패하며 씁쓸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개막전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서울은 잘 달리다가 막판 순식간에 무너졌다.
초반 강원과 광주에 연이어 패배를 당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3승 2무를 기록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서울은 전북에 일격을 당한 이후 7경기에서 무패행진(6승 1무)을 벌이며 선두 다툼에 가세했다.
8월 15일 경남전부터 파죽의 7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다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 패하면서 삐긋한 서울은 부산과의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거두며 선두자리를 내줬고, 마지막 경기에서 데얀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전남과 비기면서 3위로 리그를 마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챔피언십에서 만회를 노리던 서울은 첫 판에서 전남에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으며 또다시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 오래가지 못한 오렌지 돌풍
시즌 초 리그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하며 K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광주, 강원, 제주는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동안 선두자리까지 오르는 등 전반기 내내 상위권을 차지하던 광주는 후반기 들어 주축 최성국의 부상 여파 속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11위를 차지했다.
7월 4일 전북전 2:3 패배를 시작으로 정신없이 6연패를 당한 광주는 8월 30일 강원과 비기며 두 달여 만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추가했지만 이후 8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단 한 점의 승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초반 세 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는 등 범상치 않은 첫 발을 내디딘 강원은 5월 24일부터 울산, 성남, 전북을 상대로 13골을 뽑아내면서 3연승을 구가하며 중위권 이내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이후 막판 8연패를 포함 16경기에서 단 1승을 추가하는데 그치는 등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연고를 옮긴 이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제주도 초반 네 경기에서 2승 1무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기며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4월 12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패하는 등 네 경기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10경기에서 3승 5무 2패로 괜찮은 모습을 보이던 제주는 이후 벌어진 10경기에서 8연패를 포함해 1무 9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면서 1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 6강 향한 사투 벌인 세 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벌어진 경쟁이 뜨거웠던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챔피언십에 오른 팀은 전남이었다.
시즌 개막전에서 서울에 1:6 대패를 당함과 동시에 이천수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다 시즌 7번째 경기에서야 뒤늦게 첫 승을 올린 전남은 이후 3연승을 달렸지만 다시 이천수의 이적 충격과 함께 4연패에 빠지며 좀처럼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후 5경기에서 3연승을 포함한 무패행진을 달리며 상승세를 탄 전남은 다시 연패에 빠졌다.
포항과 대전을 상대로 연승행진을 벌이며 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던 전남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에 극적으로 비기며 6위로 챔피언십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전남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을 상대로 선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시즌 초부터 어려운 행보를 이어오다 6강에 오른 전남과는 달리 초반 11경기에서 인천은 단 세 골 만을 허용하는 탄탄한 수비와 신인 공격수 유병수를 앞세워 7승 3무 1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이 끝난 6월부터 인천은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6월 21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1:4로 패하며 후반기를 시작한 인천은 7월 4일 제주전에서 세 골을 허용하며 비긴데 이어 7월 12일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다섯 골을 내주면서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광주와 수원을 연이어 물리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인천은 이후 여섯 경기(4무 2패)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6강 탈락에 위기를 맞지만 마지막 네 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6강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인천은 성남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1:9라는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 끝에 성남에 패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개막 다섯 경기 연속 무승부를 포함 전반기 11경기에서 1승만을 거두는데 그쳤던 경남은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후반기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6강 진출을 노렸다.
8월까지만 해도 단 3승을 거뒀던 경남은 8월 22일 부산전을 시작으로 파죽의 5연승을 구가하며 본격적인 6강 경쟁에 합류했다.
9월 26일 수원에 패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된 경남은 10월 11일 벌어진 대구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시 3연승을 달리며 극적으로 6강 진입을 노렸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전북에 덜미가 잡히면서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 아쉬움만 남긴 대전·부산·대구
개막 네 경기 만에 힘겹게 첫 승을 거둔 대전은 ‘계룡산 루니’ 고창현의 고군분투가 이어졌지만 김호 감독의 해임 등 팀 내 사정이 어수선해지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결국 9위에 그치고 말았다.
대전은 시즌 막판 강원과 광주를 상대로 연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미 6강 챔피언십 진출이 멀어진 후였다.
황선홍 감독 2년째를 맞은 부산도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한 채 지난해와 같은 12위로 시즌을 마쳤다.
개막 여섯 경기 만에 경남을 물리치고 첫 승을 수확한 부산은 대구에도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기록했지만 이후 여덟 경기(3무 5패)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7월 25일 강원에 승리를 거둔 부산은 이후 두 경기에서도 1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이후 10경기에서 2승 2무 6패를 기록했다.
시즌을 앞두고 이근호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며 최약체로 평가받은 대구는 예상대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개막 이후 다섯 경기 만에 리그 첫 승을 거뒀던 대구는 이후 15경기에서 6무 9패만을 기록하는 성적을 남겼다.
9월 12일 대구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무려 5개월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본 대구는 용병 레오의 활약 속에 강원, 광주, 수원을 연달아 물리치면서 탈꼴찌의 희망을 가졌지만 막판 다시 3연패로 주저앉으면서 끝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e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