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9억에 1년 6개월 계약… 포항 ‘뒷통수’


지난해 12월 20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종료 후 포항에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알 아흘리는 26일(이하 한국시간) 클럽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알 아흘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파리아스 감독은 25일 알 아흘리 구단과 1년 6개월의 감독 계약에 사인했으며 연봉은 포항에서 받던 연봉의 여섯 배를 웃도는 250만 달러(약 2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 포항에 부임해 2007년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하며 기적 같은 K리그 우승을 일궈내 ‘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08년 FA컵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K리그 컵대회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클럽월드컵에서도 아시아 팀 최초로 3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지도력을 선보였다.

 갑작스런 파리아스 감독의 이적에 정작 피해를 본 곳은 포항 구단이다. 탁월한 지도력을 가진 감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가는 것은 프로 세계에서 일반적일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파리아스 감독이 떠나는 과정에서 5년간 함께 했던 포항에 대해 취했던 행동은 도덕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에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해 5월 경 포항과 2년간 재계약에 합의한 상태로 2011년까지 포항의 사령탑을 맡아야했지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올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각 팀으로의 이적설이 난무하던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달 14일 아르헨티나 에스투디안티스와의 클럽월드컵 4강전 이후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사했다”고 밝힌 후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로 팀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포항에 남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단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부침개 뒤집히듯 번복되고 말았다.

 20일 파리아스 감독은 딸의 교육 문제와 “가족이 브라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포항에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다.

 포항 구단은 막판까지 그를 잡기 위해 애를 썼지만 파리아스는 “1년간 휴식을 취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25일 결국 알 아흘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며 파리아스 감독을 붙잡으려 했던 포항만 결국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5년간 한국에서 수많은 위업을 달성했던 파리아스 감독은 결국 ‘돈 때문에’ 포항을 버렸다는 마지막 이미지를 남기면서 한국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