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범 “챔피언스리그에서 열심히 뛰겠다”


전북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던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지난 시즌 전북의 극적인 6강행을 주도했던 김형범은 그라운드가 아닌 사복차림으로 기자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경남과의 리그 최종전에서 부상을 당해 7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재활에만 매달린 그는 7월 12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33분 교체로 투입되어 그토록 열망하던 그라운드에 다시 나섰지만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을 잔뜩 머금은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또다시 들것에 실려 나왔던 김형범은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매순간마다 눈을 떼지 않은 채 경기에 몰두했다.

 그렇게나 힘들었던 재활을 이겨내고 나선 첫 경기에서 또 쓰러져 고통스러운 재활을 반복하고 있는 김형범은 “이제 겨우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는데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아요.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담담하게 말문을 연 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챔피언십에 나가지 못하게 되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들 잘해주고 있어서 저 없이도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편하게 경기를 보고 있어요. 내년 3월 재활이 끝나고 복귀하면 다시 열심히 해야죠”라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형범은 전북의 우승이 확정되자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그라운드로 내려가 경기에 나선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그 순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던 서포터즈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던 최강희 감독이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셔츠 속에 전북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김형범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최강희 감독은 등을 돌려 김형범의 이름과 등번호가 찍힌 뒷모습을 서포터즈에게 보여주며 ‘김형범을 잊지 말아줄 것’을 서포터즈에게 당부하고는 김형범의 유니폼을 서포터즈에게 던졌다.

 최강희 감독의 무언의 당부를 받은 서포터즈는 곧바로 김형범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한 최강희 감독의 배려에 서포터즈 앞으로 가서 마이크를 잡은 김형범은 몸을 크게 숙여 인사를 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정말 열심히 뛰겠습니다”
목이 메인 김형범이 어렵게 꺼낸 단 한마디의 말이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서포터즈들은 그 누구의 말보다 더 많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서포터즈를 뒤로한 채 돌아서는 김형범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7월의 그날에도 그랬듯 부상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그라운드를 누빌 김형범이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줄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