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표, 후보 철저한 검증위해 공개 토론 제의


허승표, 유력 후보 세 명 중 가장 먼저 출사표
사재 50여억원 출현... 1만 2천명 석 전용구장 건립

  제51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축구계 야권 인사로 분류되던 허승표(63)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히는 세 명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허승표 이사장은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한국 축구 변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가지고 현 정몽준 회장에게 완패를 당한 지난 1997년 이후 12년 만에 축구협회장직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보성고와 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며 1972년과 1973년에 걸쳐 한국인으로는 최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과 코벤트리에서 훈련을 한 바 있으며,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코치 자격증을 획득한 바 있다.

  1976년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허 이사장은 1980년부터 행정가로 변신을 꾀해 1989년까지 협회 국제담당 이사를 1991년부터 1992년까지 협회 국제담당 부회장과 현 기술위원장에 준하는 상비군 관리 위원장을 역임했다.
 
  1997년 축구협회 선거 이후 세 개의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허 이사장은 2004년 한국축구연구소를 설립하여 2005년 북한에 축구 용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싶고, 한국 축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첫 마디를 꺼낸 허 이사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관중 앞에서 최고의 경기 매너로 꽃을 피우고 있으며 가까운 나라 일본은 2050년 월드컵 단독 유치와 세계 1위 등극을 목표로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발표를 했다”며 설명한 뒤 “하지만 지금 한국 축구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프로팀들은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심판이 경기를 보이콧하고, 경제 위기로 스폰서가 줄어들고,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초등부 등록 선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는 변해야 하고, 개혁되어야 하고, 올바른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출마의 변을 내놓았다.
 
  허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 · 청소년 팀 3천 개, 등록선수 10만 명 육성 ▲축구행정 지방 분권화 ▲ 지도자 처우 개선 ▲우수 지도자 및 월드스타 육성 프로젝트 가동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드림스타디움’ 건립 등의 다섯 가지의 공약을 내걸었다.
 
  허 이사장은 첫 번째 공약인 ‘유 · 청소년 팀 3천 개, 등록선수 10만 명 육성’에 대해 “지역 리그제 시행에 절대적으로 찬성을 하지만 현재 590여 개 학교와 1만 7천여 명의 등록 선수로만으로는 리그제를 시행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제가 정착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의 20배에 가까운 등록 선수가 있다. 인구 비례로 따져도 10배~15배 정도 뒤처지는 수치다. 리그제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팀과 보다 많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역설했다.
 
  두 번째 공약인 ‘축구행정 지방 분권화’에 대해서는 “현재 축구협회 조직은 너무 거대한 반면 지방 축구협회가 하는 일은 지역 내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만 국한 되어있다. 지방 축구협회에 리그제 운영에 대한 권한 뿐만 아니라 지역 심판과 상비군 육성 등의 권한도 부여함으로써 지방 축구협회의 역할을 키울 것”이라 설명했다.
 
  세 번째 공약인 ‘지도자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감독들은 정규직 신분으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학부모들의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하게 있지만 팀을 보유하고 있는 이사장, 교장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지도자들의 고용안정과 위상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공약으로 꼽은 ‘우수 지도자 및 월드스타 육성 프로젝트 가동’에 대해서는 “우수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우수 지도자들의 해외 프로그램에 내실을 다지는 한편, 지도자 강습 및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역별로 각 연령별 상비군을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각급 대표팀의 선수 구성이 정예화 되도록 만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공약으로 내세운 ‘드림스타디움 건립’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소망이자, 유소년들을 위한 사업이다. 2002 월드컵 이후 국내에 좋은 경기장이 많이 들어선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 이권 등에 문제로 축구경기장으로만 사용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지역이나 왕래가 편리한 중부권 지역 내 적합한 부지에 1만 명에서 1만 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을 지을 생각이다. 초, 중, 고 대회 결승전 등을 치르며 이 경기장에서 뛰는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와 월드스타의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T/F 팀 구성... 지도자 처우개선 노력
경영 투명화... 마케팅으로 수익 창출

“화합 어렵지 않아, ‘낙하산’ 인사 절대 없을 것!”
“후보자 공개토론회 열어달라” 언론에 호소

  20여 분에 걸쳐 출마의 변과 다섯 개의 공약에 대한 설명을 마친 허 이사장은 이후 질의 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질의, 응답 전문

Q. FIFA나 AFC와의 관계 등 국제적인 업무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이에 대한 방안은?

 - 협회에서 국제 이사로 5년간 일한 경험이 있고, 이회택 부회장이 사령탑을 맡았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에도 2년간 FIFA와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피터 벨라판 AFC 사무총장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FIFA보다 AFC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어에 능통한 협회 직원이 자주 접촉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현재 김주성 위원이 국제 업무 담당 이사로 일하면서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축구인이 아니더라도 축구를 잘 이해하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현 정몽준 회장께서 FIFA 부회장으로 계시면서 초석을 잘 다져놓으셨기 때문에 누가 후임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도자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은?

 -  어려운 문제다. 한계가 분명 있다. 우선 회장이 된다면 축구부 초, 중, 고 팀을 보유하고 있는 각 학교장들을 초대해 축구협회가 창립 75주년 행사를 할 때 12억원을 썼다고 들었다. 회장이 된다면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축구팀들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먼저 표하고 싶다.
 
  테스크 포스팀을 우선적으로 구성해서 지역을 순회하며 모든 팀들을 찾아갈 생각이다. 축구협회장이 인위적으로 월급을 줄 수는 없는 만큼 축구의 필요성 등을 설득해서 관계자들로부터 축구에 대한 호응과 지도자들이 현실적으로 처한 실정에 대한 이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할 것이다. 지도자들이 임시직에서 고정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

Q.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면?

 - 어려운 일이다. 조사를 해보니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본인이 따로 보험을 드는 지도자가 굉장히 많았다. 앞에서 말했지만 개인적인 능력으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협회나 축구인들이 팀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대한 감사와 공경심을 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강제적으로 되지 않는 일이지만 문화 자체를 바꾸자는 이야기다.
 
 협회 창립기념 행사에 12억원이란 거대한 돈을 쓰면서 협회의 행사를 할 것이 아니라, 일선 교장 선생님들을 모셔놓고 행사를 해도 2억원 정도면 충분히 아름다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팀을 운영해봐야 협회에서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게 할 것이다. 현재 몇 가지 구상안은 있지만 확정된 것이 없다.

Q. 드림 스타디움 건립에 관한 비용 문제는?

- 대규모 스포츠 파크나 스포츠 센터가 지역에 들어서는데 있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긍정적인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부지는 10만평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연습을 할 수 있는 대규모의 연습구장과 유스호스텔 건립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각 시 도에 의사 타진을 해본 결과 부지는 50년 기부 체납으로 공여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립 비용은 전문 업체에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문의를 해본 결과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 정도가 소모될 것 같은데 370억원 선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
  기초 공사 자금 50억원 정도를 사재에서 출연할 생각이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삼성이나 현대, LG 등 대기업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처럼 후원하는 기업이 경기장 이름을 쓰고 싶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동의할 생각이다.

Q. 현재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는데 어떻게 축구협회를 운영할 것인가?

 - 비용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축구협회의 손익계산서를 본 적이 있는데 어려운 점이 분명 있었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보통 비용의 합리화와 중요성 문제를 따지게 마련이다. 현재 쓰이는 예산이 합리적인지 우선 따져봐야 하고 유소년 팀에 대한 지원, 대표팀에 대한 지원, 인프라 구축 등 여러 항목 중에 어느 곳에 우선 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예산에는 한계가 분명이 있는 만큼, 집행된 예산이 적절하게 쓰여졌는지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쓸데없이 돈이 새어나가는 경우도 많다. 회장에 당선되면 한 달 안에 700여 억원의 이르는 연 예산 중 70여억원을 줄일 수 있다.   
 
  협회 내부적으로 수익 사업을 펼쳐야 한다. 협회에는 대표팀이라는 상품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러 기업에 스폰서를 받을 예정이고, 축구라는 상품으로 마케팅을 펼쳐 점차 시장 규모를 늘려갈 것이다.

Q. 축구계 내부에 파벌문제를 어떻게 화합으로 이끌 것 인가?

- 축구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협회에서 추진하는 일과 조금 차이가 있다 보니 나를 야당인사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난 내 스스로를 야당인사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화합은 힘을 가진 분들이 옳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올바르게 진행해 갈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와 친한 사람들이 현재 협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화합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내가 회장에 당선되면 내 주변 사람들로 협회 임원진을 구성한다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단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분들이 그만한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모실 수 있겠지만 단순한 친분만으로 협회 주요 직책을 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현재 협회에도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질의에 대한 응답을 마친 허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에게 “방송이 되었든 신문이 되었든 상관없이 후보자들끼리 공개 토론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 한 자리에 모두 모이기 힘들다고 한다면 지면상으로라도 공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호소했다.

  정책 대결에서만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허 이사장의 자신감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한 공개 토론회 제안에 다른 후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허 이사장과 함께 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다툴 강성종 경기도 축구협회장 겸 민주당 국회의원은 14일, 12일 후보 등록을 마친 조중연 협회 부회장은 15일에 각각 출마 회견을 갖고 구상을 밝힐 예정이어서 선거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필중 기자(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