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를 꼭 반석위에 올려 놓겠다”


오규상(56) 씨가 제5대 한국여자연맹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월3일 오후 울산 현대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전국에서 온 축하객으로 대성황을 이뤘다. 각 시 도 회장, 연맹 회장들과 전국에서 온 축구인 등 약400여명이 참석하여 식장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오규상 회장은 경신고와 고려대를 거친 대표선수 출신으로 지난 87년 현대고를 맡으면서 현대가와 관계를 맺었고, 91년 정몽준 회장을 테니스 협회가 회장으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극구 만류하면서 대한축구협회장으로의 영입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지난 16년간 정 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해오면서 정 회장의 지역구인 울산동구 조직부장도 맡았다. 매달 구두 한 켤레를 떨어트릴 만큼 바지런한 활동을 해오며 지역관리를 해온 일화는 아직도 울산에서는 전설로 생생하게 남아있으며, 울산 동구 주민들의 성향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 개개인의 집안 속사정까지도 훤하게 꿰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주민들의 지킴이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정 회장이 정치적 상황변화로 서울 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기게 되자 울산 지역 유력 인사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국회의원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했으나 ‘영원한 축구인으로 남겠다’며 따 놓은 당상 같던 동구를 사무국장에게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오규상 씨가 여자연맹을 맡아 전면에 나서게 되자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은 인사들이 적지 않다. 먼저 차기 회장 선거에도 막대한 영향력도 끼치고 있다. 유력 후보인 조중연 씨가 가장 먼저 오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오 회장이 비록 정 회장의 최 측근이고 분신 같은 존재였지만 수동적인 활동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 축구계를 떠나는 시기에 안성맞춤으로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축구계 권력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오규상 회장은 이런 일각의 시각을 의식한 듯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회장 취임사에서도 자신을 한껏 드러내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비전을 제시하고 각계각층의 애정과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3일에 열린 취임식도 간소하며 검소한 의식으로 마쳤으며 축하객들의 선물로 혁대를 선물하면서 “저처럼 배가 나오지 않게 허리띠를 잔뜩 졸라 메이소”하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오규상 신임 회장은 “한국여자축구를 꼭 반석에 올려놓겠다”며 “먼저 재정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선수들의 세계 진출을 돕고 복지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진 기자(yjkim@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