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위가 헌병대인가 지도자들 상당수 분통


언남고 정종선 감독이 누명을 벗었다.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위원장 이갑진) 가 ‘자격정지 5년’의 중징계를 내린 근거로 삼았던 ‘배임수재’ 사건은 10월7일 서울 중앙지검으로부터 ‘혐의 없음’ 으로 종결 처리됐다. 박기종 검사는 정종선·조은이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먼저 정종선 감독을 중징계 한 상벌위가 난감해졌다. ‘자격정지 5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던 근거가 무죄로 밝혀지면서 상벌위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그것 뿐 만이 아니다. 상벌위를 상대로 한 줄 소송사태 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주말 부터 언남고 학부모회가 선임한 변호사는 상벌위를 상대로 민. 형사 소송을 위한 법적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종선 감독과 언남고 학부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즉각 감독직을 사퇴하라’ 는 발언을 한 방송해설자 K 모 씨에게도 뜨거운 불똥이 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정종선 감독은 ‘상벌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는 질문에 대해 ‘아직 말 할 단계가 아니다. 변호사와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주장을 맹신하고 중징계를 주도한 인사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만 나타냈다.

정 감독은 ‘너무 억울하고 부끄러워 한 때 부부가 함께 투신자살하자 며 한강에 2번이나 나갔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서 ‘검찰의 현명한 판단으로 억울한 누명도 벗고 한편으로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했으며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재확인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사건으로 정종선 감독과 언남고 학부모들은 경.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남고와 어떤 형태로 든 관계가 있던 인사들의 은행구좌는 거의 다 세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학부모는 ‘언남고를 3년 전에 졸업한 전체 학부모들의 3년 간 은행거래 내역까지도 샅샅이 조사를 받았다는 한 가지 사실만 봐도 선의의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울먹거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 나 게 된다’며 몸서리를 쳤다. 이어 ‘검찰에 의해 명백하게 무혐의로 밝혀졌으니 먼저 대한축구협회를 항의 방문하여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주변 인사들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법적 소송에 들어 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선 감독과 부인 조은이씨는 그동안 약 5개월 가깝게 경찰과 검찰의 집중적인 내사와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과 검찰에 출두했던 회수가 거의 20여회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통보 받았다’ 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상벌위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으며 ‘협회 차원에서 사과문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강경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협회 고위 관계자들 상당수도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 고위 간부는 ‘정종선 감독에 대한 사면은 물론이고, 언남고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형태로 든 정중한 사과를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상벌위에 참석했던 김삼락 위원은 ‘이갑진 상벌위원장이 취임하면서 회의 분위기는 혹시 이곳이 헌병대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가 됐다’ 며 ‘당시 회의에서 학부모의 일방적인 주장을 중시했다. 관계  당국의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일선 지도자에게 5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며  ‘좀 더 기다려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을 계속 폈지만 ‘이갑진 위원장은 귀를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상벌위원도 ‘당시 회의 분위기는 시나리오를 짜고 회의를 시작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경 분위기 일변도로 흘러갔다’ 고 덧붙였다. 상벌위 고위 관계자와 고소인의 관계를 둘러싼 소문도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상벌위 고위 인사와 K모 유명 축구인 등이 피해자를 자처한 학부모가 운영하는 업소의 ‘단골손님’이라는 말은 사건초기부터 끈질기게 나돌았으며 특히, K 씨는 노 모 선수의 입. 전학 과정에 수차례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 소문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종선 감독에 대한 협회의 중징계와 경.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기 이전부터 축구계에서는 정종선에 대한 조직적인 음해 그룹이 존재하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특히 K 모 씨는 충분하게 의심을 살 만한 언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28일 정종선씨와 언남고 학부모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2시간 넘도록 긴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K씨는 정 감독에게 ‘감독직을 즉각 사임하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K씨가 선배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정 감독과 학부모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으며 또, 정 감독의 사임을 강력하게 권고한 배경이 무엇인지도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언남고의 모 학부모는 ‘선배라고 해도 절대 할 수없는 예민한 발언 등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학부모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현역 지도자를 앞에 앉혀 놓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양식이 의심스러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언남고의 학부모들 간에는 ‘K씨의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있다’ 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지만 학부모회 핵심 인사들은 확인을 거부했다.

 정종선 감독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정 감독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정 감독은 ‘진실 승리’를 근거로 상벌위를 향해 다양한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일선 지도자들의 정서도 협회가 먼저 지도자에 대한 명예 회복을 서두르고 정당한 보상도 해줘야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종선 감독이 상벌위에 대해 강력한 책임 추궁에 나설 경우 그 여파는 축구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뒤숭숭 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축구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언남고 학부모들은 다음 주 중 협회를 집단 항의 방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종선 사태는 이제 ‘진실 공방’을 끝내고 상벌위를 겨냥한 ‘책임 공방’의 제2 라운드로 접어드는 국면의 초입에 서있다.

 -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